레깅스는 요가나 운동을 할 때 거추장스러움을 막기 위해 몸에 딱 달라붙도록 입는 복장을 가리킨다. 레깅스가 일상복이 되면서 찬반 논란이 미국에서 한창이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지난 3월 가톨릭 계열의 인디애나 노트르담 대학 신문에, 가톨릭 신자이며 4명의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여성이 노트르담 대학 여학생들에게 레깅스를 입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을 기고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엄마는 여학생들이 레깅스 대신에 청바지를 입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을 읽은 노트르담 학생들은 오히려 반발하면서 ‘레깅스 시위’를 벌였다. 여성의 복장이 남성을 유혹해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식으로 책임을 여성의 잘못이라고 암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들은 여성들은 자유롭게 의상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남성 때문에 특정 의상을 입지 못한다거나 행동의 제약을 받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국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는 와중에 미국의 일부 보수적인 학교 등에서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의 출입을 금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인 복스는 최근 텍사스 휴스턴 제임스 메디슨 고등학교에서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노출이 심한 옷과 여성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 깊게 파인 옷 등을 입은 학부모는 학교 출입을 제한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고, 일부 학부모들이 “시대작오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 자체가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기고에서는 운동을 할 때 몸에 편하고 활동성이 좋으려면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든 여성들이 비싼 요가복이나 레깅스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비싼 레깅스를 팔려는 스포츠 의류업체들의 마케팅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여성들이 2007년에는 레깅스보다 정장을 구입하는 데 21억달러를 더 사용했으나 2017년에는 그 차이가 1억5천800만달러로 줄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뜨거운 레깅스 논란이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