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의 목소리로 ‘지진특별법’ 제정 의미 있는 첫발
포항시민의 목소리로 ‘지진특별법’ 제정 의미 있는 첫발
  • 이바름기자
  • 등록일 2019.05.12 20:29
  • 게재일 2019.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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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공청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 10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공청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공청회는 이국운 한동대교수의 사회로 총 11명의 패널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공청회에는 김홍제 피해지역 주민대표, 양만재 11·15포항지진 공동연구단 시민사회분과장, 김병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공봉학 변호사, 김상민 포항시의회 의원, 이국운 한동대학교 교수,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정 포항시의회 의원, 이재춘 전 경북도관광공사 사장, 김경대 포항시도시재생위원장, 유한종 피해지역 주민대표가 참여했다.
 

11명의 각계 전문가 패널들 열띤 토론

법안의 장·단점과 실효성 전략적 고민
“배·보상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
“흥해를 포항의 신도시로 조성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안 보강했으면”
“지진 같은 대형 재난 정부 나서야” 등
시민과 전문가들 다양하게 의견 개진

△이국운 한동대학교 교수

지난 2017년 11월 15일 이후 1년 반이 흘러가고 있다. 포항시민 모두가 다 잘 견디셨다. 아직 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신 직접적인 지진 피해자 여러분께는 지역 주민으로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 공청회는 시민 공청회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하는 공청회다. 또 중요한 점은 특별법이 우리가 합의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만들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오늘 이 공청회는 냉정한 관점으로 현재 제출된 법안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고, 법안을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포항지진의 개념을 단순히 지역, 날짜로 정해두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포항지진 피해의 심각성을 특화시킬 일종의 기준이 필요하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주택 파손 정도, 피해자 수 등과 같은 구체적인 설정으로 포항지진 특별법만의 차별성을 둘 필요가 있다.

피해구제법은 11·15포항지진만을 위한 특별법으로서 신속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상조사법은 향후 다른 지진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의견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보상은 주택에 한정하고, 전파주택피해에 대한 보상 규모나 평수에 관계없이 900만원 정도의 지급에 그쳤던 극히 미미한 수준에서 나아가 주택피해에 대한 보상도 증대되고 제외됐던 공장이나 상가 등 민간인 보상도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보상, 세제혜택 등도 함께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도시재건의 한 방법으로는 흥해읍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새로운 신도시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흥해읍을 철거 후 재건하는 비용보다는 새로운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앞으로 주민간의 갈등을 막으려면 주택의 종류나 피해의 정도, 정신적 피해 평가 등에 있어서 보·배상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피해자로서 한 집단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까지 사안이 진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민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막기 위해 포항시든 대책위든 준비를 해주시길 간곡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본 법안의 적용 범위를 포항시로 하는 것보다 제일 심각한 흥해읍 일대를 직접피해지역으로 하고, 이외 지역을 간접피해지역으로 해 이원화하는 형태로 하는 방안이 어떨까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공봉학 변호사

배·보상 문제는 배상과 보상으로 돼 있다. 정신적 위자료와 재산적 피해에 관한 개인적 손해배상 부분과 영업보상, 이주보상 등 손실보상으로 나뉜다.

배상의 문제에서 정신적 위자료는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산적 피해액이나 영업손실에 관한 손실보상에 관해서는 개별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입법과정에서도 갑론을박이 예상되고 이후 안 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 소송으로 가려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충분한 자료를 모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포항시 안에서는 재건위원회, 김정재 국회의원 발의안에는 심사위원회라고 표현이 있는데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포항시에 거주하는 시민 대표나 관계 전문가를 위원회의 1/3 정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배상금·위로지원금 및 보상금 지급신청과 관련해 포항시 안에서는 2년 이내, 김정재 의원 안에서는 6개월 이내로 돼 있는데, 피해자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충분히 준비, 신청할 수 있도록 2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김홍제 피해주민 대표

흥해지역은 노령화지수가 138로 아주 높다. 수급자도 34%나 되는 서민 밀집지역이다. 특히, 집값이 포항시 평균보다 훨씬 낫다. 주택 가격만 단순히 손실보상해서 지급해주면 흥해주민 대다수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정부지원금으로는 포항시 도심에 전세를 못 얻는다. 이 때문에 흥해 피해주민들은 흥해에 살 수밖에 없고, 결국 흥해는 도시를 재건할 수밖에 없다. 촉발지진으로 밝혀졌으니 국가가 책임지고 흥해읍 내에 신도시를 지어야 한다.

더불어서 지진 피해를 입은 흥해 외곽지역이나 마을에도 특별법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 소멸시효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번 특별법에서 소멸시효 연장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제정해서 주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진상조사에 관해서는 오는 6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첨언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상민 포항시의회 의원

특별법 제21조 포항시에 대한 경제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항이 추상적이다. 종합적인 포항시의 도시재건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에 필요한 국비 보조금 비율을 올리거나 지방세 감면 등 특례조항 등도 함께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시재건 사업의 실효성을 올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또 지열발전과 관련된 안전성 조치에 대한 법적 책임 의무규정이 없다. 신설조항을 만들어 포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건계획에서 해당 지자체 단체장의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는 규정과 도시재건의 주체를 포항시민들로 하는 참여 보장 성격의 조항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가장 중요한 건 특별법이 발의되는 속도경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병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특별법의 경제적인 내용을 보면 배·보상 지원금 등의 내용이 나와있는데, 기금을 운영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울진과 경주 원전 주변지역과 관련한 보상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금을 통해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속성을 위해서라면 기금을 통한 지원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또 이와 함께 외국사례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70여개의 관련 법령이 재개정됐다. 이 역시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또 법리적으로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특별법에 경제지원과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넣어야 한다. 국고 보조금 인상 지원, 지방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조성보조금 면제, 각종 주택재개발 등 개발사업에서 부담금과 조세 면제 등은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모두 특별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에서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나 공공기관 이전 등도 정부에 요구하면 좋겠다.

△양만재 11·15포항지진 공동연구단 시민사회분과장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이 재난피해를 당한 사회적 약자다. 이들 입장에서 재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들은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아주 취약하다. 이들을 위한 내용이 법안에 더 상세하게 담아 보강했으면 한다.

또 다른 지자체에 지열발전과 같은 관련 시설이 건설될 경우, 일반법으로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지열발전이 건립되고 운영될 때, 규제법안을 근거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포항지진을 계기로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관련 사례가 발생할 경우, 명문화된 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김민정 포항시의회 의원

먼저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신속한 대응에 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시간을 단축했다. 또 하태경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특별법안 23조를 보면 ‘포항지진과 관련해서 피해지역 일부를 혁신산업단지 또는 국가혁신융합복합단지로 지정할 수 있다’거나 ‘공공기관을 피해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도시재건 안이 담겨 있다. 오늘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온 만큼 20대 국회 안에서 꼭 특별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공청회에 나선 패널들이 특별법과 관련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공청회에 나선 패널들이 특별법과 관련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유한종 피해주민 대표

재건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무너진 건물을 다시 짓는다는 의미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 동네인 ‘흥해를 재건한다’는 문구가 특별법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특별법 심의위원회 조항을 보면 구성원 중 피해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전혀 없다. 피해주민 2명과 피해주민이 추천하는 전문가 2명을 심의위원회에 포함했으면 한다. 또 보상이나 재심 등에서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주민 의견이 많이 이를 늘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주거와 생활, 의료에서 국가가 지원한다는 지원금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는 배상금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다른 법률보다 특별법을 우선해서 시행했으면 한다. 다른 법률에 의해 특별법이 규제받을 경우 연속성이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정되는 특별법으로 피해 주민이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릇에 특별법을 잘 담아서 포항시민, 흥해주민들이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김경대 포항시도시재생위원장

인근 도시 경주에서 고도발전특별법 승안한 적이 있는데, 법안 승안하는데 반대에 걸려 3년 걸렸고, 특별법 만들고 10년째 되는 해에 약 1조 정도 예산이 지원됐다. 당시 경주시민들이 계산한 30조 중 내려온 예산이 1억이었다.

직·간접적인 피해액을 어떻게 포항시가 계산할 지가 큰 의문이다. 정부 예산 지원을 위해서는 반드시 SOC 등 간접적인 피해액을 추계할 필요가 있지만, 피해액을 추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특별법 발의가 되면 정부 등 관계부처에서 해당 지역을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해 예산이 투입된다. 피해액에 대한 구상권을 위해서 반드시 정확한 피해액 산정이 필요하다.

포항지역 부동산 가격을 보면 기준지가보다 포항은 아래로 실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부동산 피해가 막대하다는 의미다. 20만명 주거에 평균적으로 2천만원 하락했다고 보면 약 4조원에 해당하는 간접피해액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우리가 추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재춘 전 경상북도관광공사 사장대행

전문가들이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셨기 때문에 저는 우선 이 자리에서 정부를 비판하겠다. 지진의 원인이 촉발지진임이 밝혀졌는데 관련부처에서는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20일 정부연구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는데, 당연히 정부가 법안을 만들고 로드맵을 발표하는 게 정상 아닌가. 정치인들이 하기 이전에 책임이 있는 관련부처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아무도 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삼풍백화점이 1995년 6월 붕괴됐는데, 당시 관련 법이 없었다. 정부가 백화점 붕괴 이후 20일만에 재난관리법을 만들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했다. 또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가 발생한 이후 약 20일만에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특별법을 제정했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정부 입법으로 한 달만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게 국가의 책무인데 가만히 앉아있는 정부가 온당한지 되묻고 싶다.

일본에서는 1995년 고베지진 이후 정부 차원에서 각종 공모사업에 고베시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지진과 같은 대형 재난에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절대 안 된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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