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고란 일반 국민들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겪는 고통을 말한다. 예로부터 백성한테는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인류의 생존 과정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감히 말해도 된다. 오죽했으면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호구지책(糊口之策)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싶다. 입에 풀칠이라도 해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인간 본능적 욕구를 강하게 표현한 말이다.

맹자는 백성의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느냐 하는 것이 통치의 근본이라 했다. “정치가 뭐냐”고 묻는 제(齊)나라 선왕의 물음에 “백성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의 길은 저절로 열린다”고 콕 집어 설명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적 조치로 평가받는 대동법(大同法)은 먹고 살기에 지친 농민에게 생존의 희망을 준 착한 정책이다. 가구 기준으로 받았던 세금을 토지 기준으로 바꾸면서 소작농을 비롯한 많은 서민이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토지의 많고 적음이 세금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주 계층인 양반사회의 극렬한 반대가 뒤따랐다.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100 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전해지니 당시 양반들의 저항이 만만찮았음을 짐작케 한다.

몇 년전 청백리로 칭찬받던 전직 대법관이 민생고 해결을 위해 대형 로펌에 들어가면서 던진 말이 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의 로펌행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지만 보통시민으로서 살아가기에 경제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이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배를 넘는다. 야당의 비판도 경제 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여당이 곤혹스러워하는 문제도 경제 분야다. 먹고 사는 문제가 꼬여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니 이래저래 경제가 골칫거리다.

일찍 정치의 요체가 민생이라 했던 맹자의 말이 새삼 와 닿는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