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9일까지 전국 시도별로 진행한 버스파업 찬반투표가 속속 가결되면서 현재 전국 12개 노조 중 대구, 서울 등 9개 지역 노조가 사실상 파업을 결의했다. 버스회사와 지자체 등과 노동쟁의 조정절차가 남겨져 있으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15일부터 파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전국에서 버스가 동시에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모든 권한이 넘어가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뾰쪽한 방법이 없다”며 맹하니 있는 모습이다.

버스 파업의 발단은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버스기사의 월급이 지금보다 100만 원 안팎이 줄어들기 때문에 월급 보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절반 정도가 각종 수당으로 채워져 있어 근무시간이 주는 만큼 월급도 줄게 된다. 7월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 버스업체가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버스 노조는 이번에 63세 정년 연장과 추가 인력 확보도 요구했다.

문제는 근로조건 개선을 앞세워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 지내왔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주 52시간 근무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벌써 1년은 더 됐다. 그동안 대책이나 대안 제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마치 절대 법 인양 밀어붙이는데 급급해 놓고 이제와 오히려 정치권과 청와대는 정부관료 탓을 한다는 소리까지 들리니 한심하다.

중요 정책의 결정 뒤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정책 결정과정이다. 버스 노조가 중앙정부에 대고 책임을 지라고 주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선의의 의지를 갖고 추진한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빚는다면 수정 혹은 방향 전환을 검토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도 같은 차원에서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속기구 정책토론회에서도 “경제에 상당히 충격을 주는 조치임에도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책 수정이 있어야 할 것임을 간접 시사한 대목이다.

여당이 버스파업에 대해 버스요금 인상을 통해 문제 해결점을 찾는다는 소식이다. 요금인상이든 지원금 지원이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당이 사전 대책도 없이 결정한 정책에 국민이 덤터기 쓰는 결과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서민의 발인 버스의 파업만은 막아야겠지만 요금 인상이란 카드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안이하다.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 지금 서민의 가계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 정부와 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