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진주만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항공모함 제조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싣고 멀리 일본에서부터 거대한 함대를 몰고옵니다. 진주만 인근에서 전투기를 출격해 미군 기지들을 기습하지요. 비록 그들이 선제 공격에는 성공하지만 곧 전세는 역전되고 말았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의 영웅 니미츠 제독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입니다.

일본 해군은 막강한 전력을 갖추었지만, 상명 하달의 명령 체계를 철저히 신봉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카미카제 특공대입니다. 위에서 명령하면 전투기 자체를 폭탄 삼아 목표지점에 자신을 내 던집니다. 지금도 일본의 주입식 교육은 이런 인재를 우수한 인재로 생각합니다. 반면 니미츠 제독은 “오직 상대의 항공모함을 공격하라!” 이 한 가지 핵심 전략을 세우고 부하들에게 계속 그 이유(why)를 설명해 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엽적인 전투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이 모든 전황의 뿌리가 되는 핵심 교두보였던 일본의 항공모함을 궤멸하는 전략입니다. 왜 항공모함 공격에만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득하고 병사들로 하여금 내가 왜 지금 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결국 미드웨이 해전은 왜(why)?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알고 움직인 미군과 그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이유도 모른 채 목숨까지 내 놓았던 격렬한 방법(how)만을 따랐던 일본군의 차이, 그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숨겨진 이유에서 승패가 갈라집니다.

진주만 실패의 교훈을 뼈저리게 성찰한 일본 기업이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입니다. 도요타에는 전통적으로 사원들에게 질문하기를 장려합니다. 상사에게 왜냐고 묻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팀원들이 이해할 때까지 질문을 거듭하지요. 도요타에서는 어떤 명제를 두고 다섯 번을 깊이 캐묻고 들어가는 문화가 있습니다.

왜(why)라는 질문이 빈약한 채 방법(how)만을 추구하는 삶은 기초가 허약한 건물을 무리하게 지어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위태롭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유와 근거를 분명히 답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삶이 지혜롭습니다. 도요타가 끊임없이 캐묻는 방식으로 자신들 만의 방법을 찾아냈듯, 소크라테스가 목숨까지 내 놓으면서 캐묻는 삶의 가치를 설파했듯, 끈질기게 묻고 또 물으며 삶의 정수를 찾아 누리는 그대 멋진 모습에 박수를 드립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