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시인은 자신의 한 생을 풀에 비유하며 성찰하고 있다. 현실의 압력에 저항하지도 않았고 생활에 얽매여 어떤 변도 지향하지도 결행해보지도 않은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온 것은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 움직임이 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