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99년 4월 21일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찾은 날이다. 한영수교 116년 만에 영국 국가 원수의 처음 있는 한국 방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는 여왕의 뜻에 따라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가 여왕의 방문지로 선택됐다. 여왕의 안동 방문을 두고 당시 언론은 영국 신사와 한국 선비의 만남이라고 비유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차려입은 한국 종손의 동양식 환대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여왕의 모습에서 왕국의 품격을 느끼게 했던 일이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다.

안동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씨족 마을이다. 낙동강 줄기가 이 마을을 S자형으로 휘감아돈다하여 하회(河回)란 이름이 붙었다. 600여 년을 한 씨족이 대를 이어 살아온 마을이다.

임진왜란 시절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등 많은 고관들을 배출한 양반 마을이다. 한국의 전통적 주거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사회구조의 독특한 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문화적 가치가 인정된 곳이다. 한국인의 전통적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으로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봉황이 날아와 앉았다는 봉정사도 201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라 고찰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인 극락전이 이곳에 있다. 당시 여왕은 방명록에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지금 안동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의 이곳 방문을 앞두고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오는 14일 안동을 방문할 앤드루 왕자는 어머니가 다녀간 하회마을-농산물도매시장-봉정사 등 똑같은 길을 다녀 볼 예정이다.

여왕이 다녀간 20주년에 영국 왕실의 손님까지 다시 맞게 된 안동시는 경사가 겹친 꼴이다. 앤드루 왕자가 걷게 될 길을 ‘로열웨이’라 부르고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여왕의 안동 방문으로 하회마을은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신했다. 앤드루 왕자의 안동 방문이 주는 의미 또한 크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