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가 10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다사다난한 현 정부의 2년간 국정운영을 보며 초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초심을 지키려 노력한 어느 재상의 얘기다. 어느 날 시골 마을을 지나던 임금님이 날이 어두워져 한 목동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이때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이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지혜로운 것이 평소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젊은 목동의 모습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등용했고, 청빈한 생활과 정직성, 남다른 지혜로 왕을 잘 보필했다. 왕은 마침내 그를 재상에 임명했다.

재상이 된 목동은 더욱 성실하게 나랏일을 처리해 나갔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일개 목동이 나라의 관리가 된 것도 모자라 재상까지 올랐는 데도 뇌물도 받지않고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해 자신들의 처지가 곤궁했기 때문이었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쫓아내기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됐다.

몰래 따라가 보니 그는 창고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고 돌아오곤 했다. 신하들은 임금님께 ‘재상이 청렴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는 것 같다’고 모함했다. 왕은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재상에게 무척 화가 나 직접 사실을 밝히려고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재상의 시골집에 다다른 왕과 일행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열어보게 했다. 항아리 속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가 들어있었다. 재상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목동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유능하고 청렴해야 한다”며 “부처들에 전화를 할 때 등의 상황마다 겸손하게 말부터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의욕에 찬 대통령이 초심으로 당부한 것이 바로 청렴·겸손·유능이었다. 이 가운데 청렴과 겸손은 문 대통령을 대권으로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집권 3년차를 맞은 청와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대통령이나 측근의 권력형 비리가 불거진 적 없으니 청렴이요,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자문을 구할 때나 국가 유공자들을 만날 때 거의 90도로 허리를 낮추고, 어린이들과도 눈높이를 맞추니 겸손의 덕목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유능’이란 덕목에서 문재인 정부는 도전을 받고 있다.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40%대로 반토막 난 것은 주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이 경제적 불평등 완화 및 일자리 창출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경제정책의 선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사회원로들도 정책의 수정·보완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심을 얘기하다보니 박노해 시인이 쓴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는 시가 던지는 교훈이 와닿았다.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나의 행복은/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나의 불행은/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전문)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지키려면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지말고,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말한 유능의 덕목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