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산 일정을 시작으로 백팩과 운동화 차림으로 대정부 규탄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황 대표는 북한의 발사체 도발과 관련, “우리 5천만 명 국민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놓고 ‘북(北)정원’, ‘홍길동 정부’ 등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오직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에만 열중하는 패턴이 당을 자칫 ‘네거티브정치’ 중독의 매너리즘에 빠트려 오히려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때다.

황 대표가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결기와 진정성은 만만찮다.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거짓말에 피를 토한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실정을 폭넓게 지적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내놨다. 자갈치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대북, 안보정책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반기업’·‘포퓰리즘’을 문재인 정부의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경제·안보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가 경제 전반이 마이너스이고, GDP 성장률도 그렇다. 공공기관 부채는 500조 원을 넘고 소득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의 강경투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과 대응은 한마디로 ‘무시’ 일변도다. 이해찬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에 돌입한다는 뉴스를 보니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유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임기를 끝내면서 “황 대표가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국회를 볼모로 파행시키고 있다”고 폄하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장외에서 민생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보여주기식 정치”라고 깎아내렸다.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망각한 채 제1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여당이 그런 대응을 하는 근거는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욕을 얻어먹든지 간에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다. 저주와 야유의 뒤편에 웅크린 그런 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할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 하는 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실패한 정치세력으로서의 치열한 반성을 전제로 신실한 ‘대안’들을 내놓고 폭넓게 인정받을 때 비로소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열성 지지자들의 일시결집을 ‘민심 회귀’로 오독(誤讀)하여 방자해지는 추태야말로 끔찍한 자살폭탄임을 부디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