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죽으라. 사형선고 받은 것이 억울해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본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너는 대한을 위해 깨끗하고 떳떳하게 죽어야 한다. 아마도 이 편지는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망치 아니하니 내세에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전한 편지입니다. 가슴 찢는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써 내려간 글입니다. 여사의 장남 안중근은 독립운동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인물이었습니다. 둘째 정근은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기초를 닦은 인물이고 셋째 공근은 백범 김구의 오른팔로 활동한 위대한 독립 운동가였습니다. 막내 딸 성녀는 탄압을 견디다 못해 중국에서 독립군 군복 만드는 일을 합니다. 조마리아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와 함께 상해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는 대한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형에 이르기까지 불과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을 아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촌음을 바칩니다. ‘동양평화론’이라는 필생의 작품을 죽음 직전까지 집필하지요. 사형 직전 죄수에게 마지막 소원을 묻는 관례가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5분 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자녀 사랑은 온 세계가 알아주는 뜨거운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빛나는 별이 되어 세상을 밝히고 아름답고 따스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온전히 쓰임 받기를 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처럼 목숨을 내놓는 일이 있다 해도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을 위대한 어머니들이 이 땅 곳곳에 숨쉬고 계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죽기 직전까지도 책을 쓰고 5분만 더 책을 읽고 싶은 열망으로 심장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아이들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엄마들의 손길로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을 위해,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 놓을 수 있는 멋진 의인으로 성장해 수 십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날 기다립니다. 마야 엔젤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의 어머니는 허리케인이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이다.”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