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특위 구성 순서 놓고
여야, 타협점 못 찾고 대립 계속
지역 범대위, 정치권 찾아 중재
법안 동시에 내놓고 상호 조정
대승적 차원 공감대 이끌어내

인재(人災)로 드러난 포항지진 수습에 여야정치권의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그동안 특별법 제정과 입법권이 있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해오던 국면에서 타협의 길을 찾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정치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하면 포항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국가지원방안 마련에 한결 숨통이 틔게된다.

지역은 물론 중앙정치권까지 대립각을 세워 풀리지 않을 듯하던 경색국면에서 출구를 찾은 데는 ‘11·15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이대공 김재동 공원식 허상호·이하 범대위)의 물밑 중재가 주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대위는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조속한 특별법 제정에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6면>

범대위는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포항남·울릉당협위원장을 시작으로 오중기 북구당협위원장,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과 차례로 회동, 포항지진피해 국가배상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범대위는 또 지난 5일에는 자유한국당 강석호 국회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범대위는 정치권과의 연쇄 접촉에서 “현재와 같이 특별법제정과 특위 구성을 놓고 대립할 경우 그 피해는 포항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짝 양보해 달라고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진특별법으로 갈지, 입법권이 있는 특위구성으로 갈지는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으나 타협의 가닥이 잡힌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는 정부조사 발표 후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피해보상과 복구 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

김정재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13명의 서명을 받아 포항지진특별법을 대표 발의했고, 민주당은 한국당의 특별법이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반박하면서 입법권을 가진 특위를 구성하고 지열발전소 등 책임자 규명과 처벌에 무게를 실어왔다. 게다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의 주도권 다툼 등이 작용, 기세싸움 형태로 번지고 여야 중앙당까지 가세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지역사회의 우려가 깊어져왔다.

포항 범대위는 더 이상 시간이 지체하면 연내 관련법 국회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며 큰틀에서 협치를 거듭 촉구하면서 이견을 좁히기 시작했다. 범대위측은 “아직 더 조율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대체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기 특별법안을 동시에 내놓고 상호 조정하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허대만·오중기 당협위원장은 포항지진 피해복구 및 보상 등은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최소 3개 이상 국회상임위원회에 걸쳐 있어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입법권이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 지역위원장은 한국당이 발의한 특별법안은 산자부 소관이어서 법안 제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입법권을 가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각당에서 만든 특별법안을 조정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범대위는 이번 만남에서 여야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좁혀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어차피 포항지진 특별법 현안은 포항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고 포항시민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사안인 만큼 여야의 입장보다 포항시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일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공 위원장은 이어 “지역 정치권은 조속한 지진특별법 제정에 이견이 없었고 앞으로 시민편에서 대승적으로 협치해 나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앞으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회를 방문, 포항지진 피해 복구 법안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지역민심을 전달하는 등 지진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진피해 후속대책에 전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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