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정치를 표방해 온 바른미래당의 사분오열이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반(反)손학규 진영은 24명 소속의원 중 과반인 15명 의원의 연명으로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7일 원내행정실에 제출했다. 손학규 대표는 패스트트랙 파동 이후 최고위원 임명 단행, 비판적 정무직 당직자 무더기 해임 등 초강수를 연발해왔다. 존폐를 건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짜증을 부르는 ‘소란’은 이쯤서 끝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총 소집요구에 대해 “기호 3번을 달고 한국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통합 없이 당당히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면 즉시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총 소집요구서를 직접 제출한 유의동 의원은 “본질과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총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의원들은 바른정당계 8명(정병국·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정운천)과 국민의당계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발하다가 기습 사보임(지난달 25일)을 당한 권은희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국민의당계 여성의원 4명이 김관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조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상정강행 파동 이후 리더십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잖아도 아닌 척하면서 정의당, 민주평화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4중대처럼 굴어온 것이 아니냐는 당 내외의 비판을 받아왔던 터다. 손 대표는 사퇴 요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바른정당계 중심의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무더기로 해임하면서 당의 분위기를 막장으로 몰아왔다. 바른미래당이 거대 양당의 횡포를 제어하면서 건강한 다당제를 견인하는 소금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민심은 절망에 빠졌다. 돌아보면 보수의 개혁을 갈망하는 정치인들과 호남에서 입지를 찾지 못해 튕겨 나온 진보정치인들의 조합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이 상태라면 바른미래당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야말로 눈 뜨고 못 봐줄 추태와 지나가는 개도 웃을 궤변들만 양산할 게 뻔하다. 지향점이 다른 오합지졸 정치꾼들이 원내교섭단체의 꿀맛만을 노리고 모여들었다가 총선을 앞두고도 민심을 얻지 못하자 분열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처량한 몰골이다. 이쯤에서 하릴없는 분탕질을 끝내야 한다. 소음을 참고 기다려준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길 바란다. 미래지향적인 ‘중도’의 이념과 차별화된 ‘개혁 의지’를 모조리 망각한 바른미래당의 만신창이 자중지란을 바라보면서 창업주 유승민·안철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