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배심원들’ 15일 개봉
첫 국민참여재판 판사역 맡아
“나만의 스타일로 김준겸 표현”

뭐든지 ‘똑소리’ 나는 배우 문소리(45)가 판사 역할로 돌아왔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배심원들’(홍승완 감독)에서 처음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이끄는 재판장 김준겸 역을 맡았다.

사법부는 ‘판사와 배심원이 하나가 되는’ 좋은 그림으로 재판이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배심원들의 돌출 행동으로 재판은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김준겸은 재판을 둘러싼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에 빠진다.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문소리는 “대본을 받을 때마다 ‘이건 바로 나야’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면서 “판사 역시 살면서 많이 만나지 못한 캐릭터여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힘든 포인트가 있어야 연기하는 재미도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겸은 비법대 출신으로 형사 재판만 18년째 맡아온 강단 있는 인물. 개성 강한 8명의 배심원뿐만 아니라 검사·변호사 등 법정에 모인 많은 사람을 품고 가면서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카리스마는 물론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문소리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실제 판사를 만나 조언을 들었고, 재판을 방청하기도 했다.

“비법조인은 판사라는 이유로 말의 무게를 비슷하게 느끼는데, 실제 재판을 방청해보니 판결문 문체도, 판사들의 말투도 저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타일대로 김준겸을 소화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죠. 저는 한 우물을 깊게 판, 한길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같은 태도로 살아온 사람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가진 단단한 자긍심을 보여주고 싶었죠. 세공이 화려한 보석이라기보다 굉장히 순도가 높은 순금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이 영화는 김준겸의 개인 서사는 보여주지 않는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대립하는 역할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연기 경력 19년 차 베테랑인 문소리도 고민하게 만든 대목이다.

“김준겸은 권력 지향적이거나 주류에서 잘나가는 판사는 아니에요. 자신의 소신과 실력으로 버텨온 인물이죠. 그런데도 법원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일 수 있죠. 윗사람에게는 강직한 태도로 대하지만, 배심원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는 인간적인 면모도 지녔는데, 이 모든 것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문소리는 극 중 ‘적당히’ 넘어가지 못하는 김준겸의 성격이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남편(장준환 감독)도 저더러 ‘뭘 한 번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분’이라고 말한다”면서 “한 번 엔진이 발동되면 그 끝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는 부류”라며 웃었다.

법복이 제법 잘 어울리는 문소리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법조인을 꿈꾼 적이 없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저에게 ‘대법관이 될 거야’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저는 속으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죠. 저는 TV에서도 무서운 사건을 못 봐요. 제가 감당을 못합니다. 공포영화도 못 볼 정도예요.”문소리는 박형식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연기자들과 돈독한 사이가 됐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한마음이 돼 촬영한 덕분이다.

그는 박형식에 대해 “초반에는 첫 상업영화 출연이라 긴장해서인지 본인이 가진재능을 마음껏 펼쳐놓지 못했는데, 차츰 마음을 열고 여러 명의 배심원과 하나가 돼움직이면서 빛을 발했다”고 칭찬했다.

문소리는 ‘배심원들’에 이어 차기작으로 오는 9월 연극 ‘러브스 엔드’에 출연한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한 문소리는 연출 계획에 대해선 “감독은 집안에 한명만 있으면 된다”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몰라도 직업인으로서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