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호공원 절개지, 10년 다 되도록 땜질식 처방만
장마철 붕괴 잇따라 절개 조치
더 큰 산사태 나자 임시 방호막
도중 지진까지 겹쳐 대책 지연
관광객 등 대형사고 ‘위험천만’
시 “조만간 사업자 선정 절차”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절개지 임시 방호막

“늑장행정의 표본이라고 할만 합니다”

포항 환여동 횟집촌으로 통하는 환여동 해안도로 절개지의 붕괴지역 공사가 수년째 방치되면서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교통사고 유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갑자기 폭이 좁아진 도로는 심야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를 안고 있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횟집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어서 포항 영일대 등을 찾는 외래 관광객들이 차로가 갑자기 좁아지는 실정에 당황했다는 호소를 너나없이 내놓고 있어 관광지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포항시와 행정안전부는 각종 행정절차를 밟는 과정을 들먹이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언제 복구에 들어가는지 공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이 지역은 2011년부터 매년 장마철마다 절개지 붕괴사고가 되풀이되어 왔다. 토질이 쉽게 무너지는 마사토여서 조금만 비가와도 무너져 내리는 지역이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절개를 단행했지만 더 큰 산사태가 발생해 방호막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2016년 8월의 일이다.

환여동 해안도로에 설치된 방호벽은 길이 100m 높이 4m의 H빔 차단벽으로 마사토 재질의 절개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설치된 임시차단막인 셈이다. 폭우로 인해 토사와 암벽 등이 무너져내려 낙석방지용 철책을 뚫고 도로를 넘어 차량 통행로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당국은 왕복 4차로 가운데 2개차로를 막는 임시변통을 시행했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 운전자들은 차단막으로 갑자기 좁아지는 차로에서 급하게 핸들을 꺾어야 한다. ‘보행금지, 돌아가시오’라는 표지판과 안전펜스가 통행을 막고 있다. 그럴때면 해안도로를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 시민들도 급브레이크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속운전이 잦은 야간의 경우에 그런 상황이 많이 초래된다.

해당구간 복구가 지연된 것은 차단막 설치후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에 이어 규모 4.6의 여진으로 토사가 더 흘러내리면서부터다. 1억2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임시차단막이 차로를 점령한채 3년째 자리잡고 있다. 당국의 조기복구 다짐과는 달리 변한 것이 전혀 없다.

해안도로가 절개된 상태에서 임시방호막을 두르고 세월을 보내는 데는 예산지원이 따르지 않는 것이 첫째 요인이다. 포항시가 땜질처방을 계속 해오다 근원적인 대책으로 항구복구를 위해 2016년 당시 행정안전부에 필요한 예산 98억원을 심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붕괴된 부분만 복구하라고 지시하면서 포항시가 올린 대책안의 설계심사가 지연되었다. 상하 행정관청간의 문서로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느닷없이 11.15지진이 덮치면서 환호동 절개지 항구복구사업은 지진수습에 밀려 아예 관심권에서 벗어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포항시민 김모씨(26)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이곳을 지나갈 때면 낙석이 떨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며 “장마철에 비가 많이 와서 산이 무너져 내려 인명피해가 발생할까 무섭다. 하루빨리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물회를 먹기 위해 찾아왔다는 한모씨(47)는 “바다건너 포스코 공장에서 보내는 야간조명을 보기 위해 차를 운전해가다 차로가 갑자기 좁아져 큰 사고를 낼뻔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영일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환호동 일대는 매년 100만명 이상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관광명소인 만큼, 신속하게 공사를 진행해 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해당지역은 포항의 명소로 등장할 해상케이블카 설치와도 연계되는 지역이라 산사태 우려지역의 항구적인 복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곳이다.

포항시는 이에 대해 조만간 공사가 시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포항시 도시환경국은 지난달 환호공원 절개지 항구복구 사업에 대한 행안부 심사를 통과해 이달 중 사업자 선정을 위한 조달청 입찰 공고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달청 입찰공고와 사업자 선정 절차를 거치면 올해 장마철 전 복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환여동 주민 이모씨(68)는 “절개지복구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써붙여줬으면 좋겠다”고 늑장행정을 간접 비판했다.

/이시라기자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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