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서편 월정교에서 남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남산 고분이 신라 제28대 진덕여왕(재위 647∼654)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불교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신라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신라사학보’ 최신호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박 관장은 ‘경주 남산 약수곡과 도당산 서북록(西北麓)의 왕릉급 단독 고분’에서 그동안 학계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지름 15m 안팎의 신라고분 2기를 소개했다.

박 관장은 특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식혜곡 고분’이라고 지칭한 무덤을 ‘도당산 서북록 고분’이라고 명명하고, 이 무덤이 진덕여왕릉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현재 진덕여왕릉으로 알려진 경주 도심 북쪽 현곡면 무덤에 대해 “8세기 중반 이후 나타나는 십이지신상이 있다는 점에서 진덕여왕 무덤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오는 진덕여왕을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신라시대 사로(斯盧) 6부 가운데 하나인 사량부는 경주 남천 남쪽의 서남산 일대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 관장은 “진덕여왕 선대 임금인 선덕여왕의 무덤 지름이 약 23m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덕여왕릉도 지름 20m 정도의 단독 고분이었을 확률이 높다”면서 “남산 전칭왕릉 가운데 과거 사량부에 속한 지름 15m 이상의 단독 고분은 전(傳) 일성왕릉과 도당산 고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일성왕릉은 ‘해목령에 장사지냈다’는 경애왕릉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므로, 진덕여왕릉 봉분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도당산 고분만 남는다”며 “도당산 고분 서쪽 250m 거리에는 7세기 전반에 창건된 것으로 판단되는 천관사 터가 있는데, 이 절에서 도당산 고분과 관련한 불사를 봉행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 관장은 “정밀발굴을 하면 무덤 축조 방법과 시기, 석실 내부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성과가 나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