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경영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4.7%나 급감, 고작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탈원전’ ‘문재인 케어’ 등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의 부담이 고스란히 공기업들에 전가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눈앞의 정책 목표에 급급해 공공기관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일을 더 이상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1조1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11조4천억 원, 2016년 15조4천억 원에 달했던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7조2천억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지난해엔 15%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탈원전’ 및 ‘문재인 케어’ 등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손실 덤터기를 뒤집어 쓴 결과로 해석된다.

에너지 공기업들부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7조1천48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천745억 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서부발전 등 한전의 5대 발전 자회사들도 이익이 6천415억 원 감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 8천618억 원 흑자에서 1천2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3천685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3조8천954억 원 적자로 전락했다.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상한 일은 그런데도 공기업의 몸집은 되레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8만3천 명으로 전년보다 3만6천 명(10.5%)이나 늘었다. 이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늘어난 공공기관 직원만 2만4천명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공공기관 임직원은 3개월 만에 2만1천 명 더 늘어 1분기 말 기준 4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가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기관의 신입 직원 채용을 독려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면서 마구잡이로 인력을 늘린 여파다. 공기업이 부실해지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했다. 현 여당도 당시에 공기업 부채 증가 등을 매섭게 질타했다. 그러더니 정권을 잡은 지금은 공기업을 동원해 온갖 선심 보따리 풀기에 여념이 없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꾸짖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눈앞의 정책 목표에 급급해 갖가지 이념 정책으로 공공기관을 빚꾸러기로 전락시키는 정부의 어리석은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