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탑(塔)은 무덤을 뜻하기도 한다.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탑을 세운 뒤 자신의 사리를 이곳에 보관하라고 하면서 탑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초기 불교에서 사리를 안치한 탑 중심의 신앙이 강했던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탑은 나무로 만든 목탑, 돌로 만든 석탑, 벽돌로 만든 전탑, 돌을 벽돌처럼 쌓은 모전석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인도나 중국은 전탑이 많고 일본은 목탑 그리고 한국은 석탑이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 석탑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삼국시대 석탑으로 현존하는 탑은 신라 경주의 분황사지 모전석탑과 백제의 익산 미륵사지 석탑, 부여 정림사지 석탑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여 년 전에 세워진 석탑인 만큼 모두가 보존 상태가 온전치 못한 건 사실이다.

경주에 있는 분황사지 모전석탑은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불행히도 원형의 모습은 사라지고 3층까지의 모습만 남아있어 아쉬움이 있다.

1915년 일본인에 의해 개축·보수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탑은 처음 만들어진 이후에도 수없이 개축된 것으로 확인돼 신라시대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탑은 멀리서 보면 벽돌로 쌓은 전탑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면 돌을 하나하나 벽돌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탑이다. 전탑이 유행한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복원공사가 20년 만에 완공됐다는 소식이다. 백제시대 최대 사찰로 알려진 미륵사 금당 앞에 세워진 이 석탑은 반파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일제 강점기에 파손된 부분을 콘크리트로 덧씌워 탑은 일찌감치 제 모습을 잃었다. 문화재 당국의 노력으로 장장 20년의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문화재 복원사업 사상 최장 기록이다. 석탑의 보수는 국제 수준에 맞게 보수, 정비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석조 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가 될 것이라도 한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20년을 공들여 온 문화재 당국의 인내와 의지가 놀랍다. 1천380년 전 삼국시대 석탑이 어떤 모습으로 복원됐을까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