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사이트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 육박전 사태를 계기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여명이 동의하면서 기록을 깼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뒤늦게 진행 중이다.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 위한 순수한 목적을 벗어나 포퓰리즘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아전인수식 민심 왜곡의 무기로 사용되는 국민청원은 신속히 개선돼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한국당 해산 요구’ 청원은 지난달 22일 게시된 지 6일 만에 20만 명이 동의했고, 이후 여야 충돌이 격화하자 30일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1일 오후 4시 현재 이 청원에 동참한 인원은 156만 여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맞불 형태로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1일 오전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며 ‘동물 국회’가 재현된 데 대한 비판과 논란 과정에서 폭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대판 신문고(申聞鼓)다. 신문고는 1401년(조선 태종 1년)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해 줄 목적으로 대궐 밖 문루 위에 달았던 북을 말한다. 임금의 직속인 의금부당직청(義禁府當直廳)에서 이를 주관, 북이 울리는 소리를 임금이 직접 듣고 북을 친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 처리하도록 했다. 중국 송(宋)나라의 제도를 모방한 신문고 제도는 그러나 사건 해결의 신속성을 얻기 위하여 사소한 사건에도 이용하는 무질서한 현상을 초래했다. 사용 제한을 엄격히 하기도 했지만, 상인이나 노비 또는 지방 관민은 사용빈도가 거의 없었고 효용도 없게 되어 한때 폐지되기도 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 기능을 상실하여 오만가지 무리한 사회적 쟁점이 오르내리더니 드디어 추악한 정쟁의 도마로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폭발적인 청원자 수를 놓고 누군가가 장난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드루킹이 했듯이 매크로를 돌려서 장난치는 게 아니냐 분석이다. 베트남 등 제3국에서의 접속량이 폭증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으나 수상하다는 지적을 무작정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멀쩡한 거대 제1야당을 포퓰리즘을 동원해 대통령에게 ‘해산해달라’고 요청하는 국민은 제정신이 아니다. 아울러 그런 장난질을 즐기는 정부·여당 또한 온전하다고 하기 어렵다. 주위 여론을 살펴도 그렇고, 여론조사결과를 봐도 그렇다. 이건 결코 바르게 반영된 민심 표출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다. 그대로 두어서는 나라를 위태롭게 할 몹쓸 사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