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패스트트랙 심야 가결
최장 330일 험난한 시간표 예고
상임위·특위 활동시한 등 ‘변수’
본회의 가더라도 이탈표 ‘복병’
한국 장외투쟁 재충돌 여지도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의 극한 대치를 불러왔던 선거제·개혁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자유한국당과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국회 점거·몸싸움을 벌이며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 한국당은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3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자정 직전인 29일 밤 11시 55분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새벽 0시33분에 표결을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가결했다. 사개특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4건을, 정개특위는 지역구 225석, 권역별 비례대표 75석 고정 및 연동률 50%, 선거권 연령 만 18세로 하향 등이 핵심인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로 패스트트랙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은 최장 330일의 패스트트랙 도정을 밟게 됐다.

국회법 85조 2항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의 기간을 거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여야 4당은 이 기간을 최소 180일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선거제 개혁안을 논의할 정개특위 위원장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 공수처 등을 논의할 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으로 패스트트랙 찬성파들이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열어 여야 4당만으로 법안 의결을 하면 180일 상임위 심사 기간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상임위 심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구성일로부터 90일간 활동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여야 4당이 속도를 높이더라도 상임위(특위) 심사 기간은 최소 90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 90일은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라는 점에서 기간 단축은 불가능하다.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의 기간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이 부의되자마자 상정한다면 60일 전부를 단축할 수는 있다. 결국 한국당 없이 여야 4당이 속도를 낸다고 하더라도 특위 심사 90일, 법사위 심사 90일 등 180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먼저 특위 활동시한 연장 여부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6월 말까지다.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선거제 개편안은 행정안전위원회로, 공수처 등은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특위 심사기간과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행안위·법사위 심사 기간을 합쳐 상임위 심사 기간으로 정해져 있는 180일을 맞추게 되고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시 90일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두개의 공수처 법안의 접점을 찾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 발의 법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발의 법안은 수사 대상과 제한적 기소권 등 큰 틀은 비슷하지만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여부,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이 달라 협상에 조율이 필요하다.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 심사와 법사위 심사 과정을 통과했더라도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선거제 개편안의 경우 의원들의 지역구가 걸려 있는 만큼, 여야 4당에서 이탈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선이 임박해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 강력한 장외투쟁을 예고해 향후 재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저와 한국당은 지금 눈물을 머금고 떠날 수밖에 없지만, 전국을 돌며 이 정권의 독재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그날까지 투쟁하고 투쟁하고 또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5월 중순까지 국회가 사실상 ‘올스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포항지진수습 예산을 포함한 추경안을 비롯 민생 법안 논의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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