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개혁입법 추진 성과
한국당, 이미지변신 성공 평가

패스트트랙 정국을 밀어붙인 여야 4당의 속내와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득실은 무엇일까. 패스트트랙 정국은 지난해 12월16일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게 시발점이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 끝에 이뤄진 합의였지만 넉 달이 넘도록 셈법이 달라 진척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4월 임시국회 종료를 보름 앞둔 지난 22일 선거법 개정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태우기로 하면서 패스트트랙 추진에 시동이 걸렸고, 29일 밤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통과해 일차전을 마무리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원동력인 ‘촛불민심’에 부응하고 진보적 지지층을 모으는 성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협상 시작부터 야 3당이 사활을 걸었던 선거제 개편보다는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설치 관철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공수처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양보한 것도 사법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협상틀을 깨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민주당은 애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한발 양보해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에만 기소권을 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다가 바른미래당이 이날 기소심사위원회를 두는 내용의‘별도 공수처법안’을 제안하자 이 또한 수용했다. 당내 일각에서 원안에서 후퇴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의원총회에서는 야당과 합의안이 큰 잡음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집권여당으로서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정치력의 한계를 보였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미세먼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한국당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여권이 짊어져야 할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친박(친박근혜), 비박계로 나눠 여야 관계보다 못한 계파 갈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23일 시작한 철야 국회 농성에 거의 전원이 참석할 만큼 당내 결속력이 크게 높아졌다. 정치 신인의 딱지를 떼지 못한 황교안 대표나 투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전면에서 주도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발을 들이지 못했던 광화문에서 지난 20일과 27일 개최한 두 차례 장외 투쟁에는 수만 명이 운집, 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민심이 돌아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지지율은 30% 대에 머무르고 있어 보수지지세 확장에 얼마나 성공할 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남긴 폭력 이미지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벌써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글에 오늘 하루만 30만명이 찬성하는 등 누적 125만명을 넘겼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제 개혁을 관철할 수 있게됐다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대로 선거제도가 바뀌면 현재 지지율 3위 정당인 정의당이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석수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화당의 경우 선거제 개혁이 불발되면 야당발 정계개편론에 휘말릴 수 있었으나 이제 그럴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적극적 보조를 맞추면서 ‘2중대’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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