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국회 대립 사태를 초래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30일 새벽 결국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극심한 논란 속에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합리적 민심을 끝내 외면한 정치인들의 편법·불법적 권력다툼이 남긴 후유증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험악하다. 문자 그대로 ‘정치 실종’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쟁인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처리했다. 사법개혁특위도 비슷한 시각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2건 모두 가결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 4당의 공조로 쟁점 법안들이 모두 패스트트랙이 지정됐으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원만한 국회 일정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제1야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은 이에 맞서 장외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당을 ‘상시 투쟁’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열어 보수층 결집을 모색할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세력들이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며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활활활 타오르는 불빛으로 투쟁하고, 활활활 타오르는 저항으로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한국당은 먼저 광화문광장에 몽골텐트 형식의 천막을 만들어 농성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주말에도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 제3차 규탄대회를 광화문광장에서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는 다음 달 초부터 한 달 동안 부산·대구·충청·수도권 등 전국을 돌며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이번 패스트트랙 강행을 바라보는 민심은 착잡하다. 우선 ‘협치’에 대한 의지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행태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한국당을 향해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느냐”면서 직접 채증한 사진으로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힌 이해찬의 감정표출은 집권당 대표로서의 체면도 의무도 저버린 한심한 모습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도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여의도에 온통 고자질 자료 들고 검찰·경찰로 달려가는 자존심 팽개친 모사꾼들만 무성하다. 도대체 ‘정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생각할수록, 국회를 믿고 사는 무구한 국민들이 가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