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정국 ‘가열’… 한국당, 육탄 저지 왜 나섰나
지난 연말 연동형 비례 합의도
도입 아닌 검토 합의한 것 주장
與 공수처 설치 강행 움직임엔
장기 재집권 도구화 우려 반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도 변경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를 몸으로 막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육탄전을 불사하며 제1야당의 달라진 전투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이 재집권 전략에 따라 무리하게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설치 강행에 반발하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어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선거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속칭 ‘게임의 룰’로 불린다.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가 모두 수용해야 룰이 결정되는데 지금껏 제1야당을 제외하고 게임의 룰을 정한 적이 없다. 그만큼 현 상황이 이례적이다.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시도하는 것은 재집권 전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5일 한 세미나에서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재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 일제 강점기,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며 “우리가 재집권했는데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원외당협위원장 모임에서도 내년 총선 목표를 260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한국당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한 셈이다.

여기에 권력 유지와 정권 재창출의 필수요건이 공수처 설치라는 얘기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때 집권 4년차를 맞는 만큼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권력기관 개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올인하고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공수처 설치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공수처 설치법은 정치검찰의 대척점에 있는 개혁법안으로 민주당의 숙원이다. 또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주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검찰개혁은 일종의 ‘유훈’이 됐고, 여야 4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민주당은 공수처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회’가 친여 인사로 장악되면 민변 등 코드 법조인들이 공수처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국당의 반발이다. 2년이 되도록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비워둔 점도 지적한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라는 민변 수사처, 친문 수사처를 하나 더 만들려 한다”고 주장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추천위가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구성될 수 있는 점 등을 볼 때 공수처는 현 정권의 ‘권력보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수처가 설치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드라이브가 더 가열될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를 두고 한국당 안팎에서는 사법권 장악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권은희 의원을 사보임을 허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민주당 등 여야 4당이 지난해 12월 15일 합의안을 깼다고 주장했다. 실제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의원정수·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해선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를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합의한 게 아니라 검토해보자는 합의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확대 및 선거제 개혁 법안은 합의처리하기로 한 만큼 한국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을 시도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6월까지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이 남았는데도, 민주당 등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육탄 저지에 나선 것도 사법부 장악 등 민주당 재집권 전략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육탄전의 계속 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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