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처음에는 까만 개미가 기어가다 골똘한 생각에 멈춰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등멱을 하러 엎드린 봉산댁

젖꼭지가 가을 끝물 서리 맞은 고욤처럼 말랐다

댓돌에 보리이삭을 치며 보리타작을 하며 겉보리처럼 입이 걸던 여자

해 다 진 술판에서 한잔 걸치고 숯처럼 까매져 돌아가던 여자

담장 너머로 나를 키워온 여자

잔뜩 허리를 구부린 봉산댁이 아슬하다

시인은 들일을 마치고 해질녘 집으로 돌아와 등물을 치며 몸을 씻는 봉산댁이라는 늙은네의 몸을 훔쳐보고, 햇볕에 그을려 까만 개미처럼 생겼다고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어릴 적부터 담장 너머로 보아온 봉산댁 때문에 관능에 눈 뜨게 되었다는 표현에서 자칫 관능적인 시로 읽혀질지 모르지만 따스하고 정겨운 풍경 한 장을 건네면서 미소를 머금게해주는 넉넉한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