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정국 끝모를 대치
與도 野도 지지층 규합 모양새
장외 시위·휴일 비상 대기에
민주·한국 맞고발 ‘일촉즉발’

“패스트트랙 정국이 어떻게 결말 지어지느냐에 따라 내년 차기총선 양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TK지역 한 국회의원은 28일 패스트트랙 정국이 여야당의 격렬한 몸싸움과 휴일 장외시위 등 극한대치로 번지고 있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즉 패스트트랙이 차기 총선을 겨냥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각 당 모두 현 패스트트랙 정국을 존재감을 과시하고 지지층을 규합하는데 이용하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서도 선거법개정안이나 공수처 법안 같은 주요 법안에 대해 제대로 제동을 걸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통과되도록 놔뒀다가는 존재가치를 의심받게 될 것이 뻔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여야4당의 공조까지 얻어내고도 주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지 못한다면 당 지도부의 전투력 부재가 문제가 될 상황이란 점도 여야대치를 격렬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설명이다. 또 이번 대결에서 밀릴 경우 한국당에 입법 주도권을 내어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들이 줄줄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면>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휴일인 28일에도 정면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26일 몸싸움까지 펼치며 맞붙었던 양측의 힘대결은 주말을 거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맞고발을 하는 등 법정공방으로 불이 번져가고 있어 언제 어떤 식으로 이 사태가 결말지어질 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며 국회 회의장 일부를 점거한 데 대해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고 해도, 그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대여 강경투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그는“누가 제1야당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흉기를 가져왔으며, 우리 의원들을 병원으로 보냈나”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채증부대’까지 동원해 계획된 도발을 했고,‘빠루’(노루발못뽑이), 망치까지 들고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파괴세력인 문재인 정권과 좌파야합 세력과 싸우지 않으면 이는 정치인의 최대 직무유기”라며 “야합세력은 우리의 반대 투쟁에 불법사보임, 불법 법안 제출 등 주특기인‘불법’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시간대별로 총 4개 조로 나눈 주말 비상대기 근무조를 가동 중이다. 혹시나 모를 패스트트랙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다뤄질 정개특위 회의장인 국회 본관 445호를 번갈아 가며 지키고 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주도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본부로 삼아 비상대기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4개 조로 나뉘어 국회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필수대기 인력으로 편성됐다. 이번 주 초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회의가 소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민심의 요구라며 최대한 빨리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 2명 사보임 등을 놓고 바른미래당이 극심한 당내 분열로 몸살을 앓고있는 만큼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지도부가 사개특위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 강행에 따른 내부 반발을 우선 추스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정개특위 위원들이 패스트트랙 추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어서 이들의 반발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가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한국당은 전날인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당 지도부는 국회에 비상대기 중인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력을 장외집회에 집결시켰고, 황교안 대표는 전국 253개 당협에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국당은 이날 모인 인파를 약 5만명으로 추산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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