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엑소더스(exodus·대탈출) 현상이 심각하다. 2018년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 달러(약 55조 5천억 원)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작년의 438억 달러보다 9.1% 늘어났다. 한국이 날로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양상은 가뜩이나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100억 달러(약 11조 6천억 원)로 처음 10조 원을 돌파했다. 재작년의 76억 달러보다 31.5% 폭증한 것이다.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4.4%가 늘어 역대 최고인 378억 달러(약 43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급증하면서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순투자 금액은 2천196억 달러(약 255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설비 투자 증가율은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인 -10.8%에 머물렀다. 기록적인 설비 투자 감소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저인 <2013>0.3%로 내려앉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6일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기업 투자 부진”이라고 지목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연간 500만대 규모의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겨간다고 발표했다.

SK그룹도 지난해 베트남에 5천억 원대에 이어 올해도 1조2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인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올라에 3억 달러(약 3천48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을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도 옮겨가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에 ‘한국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과잉규제 때문에 신사업 투자기회를 못 찾아서 떠나고,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감축 등 급격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대외 경제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외 탓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노조와 정치권으로부터 ‘악인’ 취급을 당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중견 기업가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지구상에서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치달아가는 비극적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획기적인 정책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