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희 림

내 앞을 달리는

저 LPG 가스통 두 개를 매단

저 억척스런 노동자는

계급은 상승될 수 있다고 저 길을

인생의 밥그릇이라 여기며 차와 차 사이의

희끗한 차선을 그의 계단이라 여기며

공포의 오토바이를 타고 용감히 배달간다

그래 그래 저 길

살아있기 보다 살아 남기

표절과 마비와 배신

승리감이나 패배감으로 우리네

인생이 날마다 변하는 곳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

한동안 사라질 순 있으나, 자살할 순 있으나

영원히 벗어날 순 없는 나라

안전한 곳이라곤 부족한 편안한 나라

도망가면 죽을 때까지 도망가야 되는 나라

맞서고 싶진 않으나 맞서야 되는 나라, 저 길

붉은 신호등이 지켜주는

위험한 나라, 우리나라

계급 상승이 그리 수월치 않는 현실과 각종 사고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불안한 현실을 날카로운 비유로 야유하고 질타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한 우리 현실에 분노하며 안타까워하는 시인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