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어제는 포항 지진범시민대책위가 정부세종청사 산업자원부 앞에서 포항지진 유발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가졌다. 포항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모양이다. 그들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정부합동연구조사단의 발표가 있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정부 측의 사과를 볼 수 없었는데 대한 유감의 항의 시위였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정부 투자 사업이 원인이 되어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도시 이미지 추락은 물론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힌 포항지진 사태에 대해 정부나 사업주관 기관이 여태 사과나 해명 한번 없었다니 그야말로 어불성설 아닌가. 지열발전소 사업을 주관한 넥스지오란 회사가 촉발지진을 발표한 교수를 상대로 “연구윤리 위반” 운운하며 오히려 입막음을 시도하려 했다는 소식에 적반하장이란 말이 새삼 생각난다.

지진 피해 포항시민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하세월이다. 여야 간 정쟁으로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하는 국민청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고는 있지만 포항시민의 답답함이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북도가 요청한 포항지진 극복용 추가경정 예산 3천700억 원이 정부안에서 3분1 수준인 고작 1천131억 원이 반영됐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중앙부처와 국회 등으로 동분서주하며 건의했던 것이 이 정도라니 정말로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

“포항을 돕겠다”며 이곳을 다녀간 정치인과 장관들은 도대체 무얼 돕겠다고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포항지진 사태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식이 이 정도가 생각하면 오히려 옳을 것 같다.

포항 지원 추경은 모두 33건에 걸쳐 요청했다. 그러나 8건 정도만 반영되고 국가방제교육관 건립과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과 같이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있고 규모가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포항시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지도부가 포항을 다녀가며 추경 반영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급한 사항은 추경에 반영해 피해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라우마 센터의 조속 건립도 그 약속에 포함돼 있다. 여당이 적어도 성의가 있다면 이 대표의 약속을 한번쯤 챙겨보는 게 정상이다. 그저께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항을 방문했다. 포항 지진피해와 관련한 현장의 따가운 소리를 듣고 갔다고 한다. 중앙부처 고위직의 체면치례 방문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1년 6개월 동안 집을 떠나 대피소 생활을 하는 주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만 포항시민들도 마음을 열 수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잘 대응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하나 본질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