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기를 위해 저녁 삶을 포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녁에는 일체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는 유명인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하루키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부차적인 활동들에 뺄셈을 제대로 했던 것이지요.

매일 새벽 4시 전으로 일어나 오전까지 정한 분량의 글을 쓰고, 점심 식사 후에는 달리기를 통해 기분전환 겸 체력 단련을 합니다. 오후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죠. 그리고 일찍 저녁을 먹고 프로야구를 보다가 9시 무렵에 잡니다. 하루키는 매일 4천자 분량 글을 씁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4천자를 쓴다고 하지요. 그는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하루에 한 번씩 즉, One day at a time이라고 말합니다. 하루에 한 번씩 한 번에 한 걸음씩 멈추지 않고 나가는 거지요. 초보 작가들은 컨디션이 좋거나 영감이 마구 쏟아질 때 1만자도 쓰고 슬럼프에 허덕일 때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일들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대 작가 하루키씨는 글이 잘 써질 때든 막힐 때든 한결 같이 매일 4천자 쓰기를 고수합니다. 잘 풀릴 때는 절제하고, 글이 풀리지 않을 때는 힘을 냅니다. 무려 30년 동안 꾸준히 멈추지 않고 말이지요.

출간을 위한 집필로서 하루 4천자는 만만치 않은 분량입니다. 소설 한 권을 쓰려면 대략 200자 원고지 1200매(24만자)를 써야 하는데 4천자씩 매일 쓰면 60일이면 24만자를 채울 수 있습니다. 두 달에 책 한 권을 써 내려가는 집필 속도입니다. 물론 초고 쓰기 이후 퇴고의 과정이 느리고 고통스럽습니다만.

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용기란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두번째로 중요한 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말입니다. 저도 새벽 편지로 독자님들을 꾸준히 만나려 용기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중요한 글쓰기를 위해 저녁의 잡다한 일들을 모두 포기하고 늦어도 8시에는 잠자리에 들려 매일 투쟁합니다. 한때 아침형 인간 열풍이 불었고 최근에도 미라클 모닝, 새벽 5시의 기적 등 바람직하고 건강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좋습니다만 뺄셈이 아닌 덧셈이 되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포기할 것을 내려놓지 않고 좋은 것들을 계속 더하기만 하면 삶에 무리가 발생합니다. 함께 건강하게 새벽을 깨워 책 읽고 글 쓰는 동지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