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서예가·시조시인
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현대사회에서 문화란 삶의 유형 혹은 생활양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것은 곧 문학, 예술, 음악, 종교, 제도, 학문, 교육, 방송, 영화, 패션 등 우리의 삶과 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장르와 광범위한 양식을 포괄하고 있다.

날씨가 화창해지고 기온이 오름에 따라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많아지고 도처에서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자주 열린다.

지역별 특성화된 축제나 공연, 전시, 버스킹 등이 다채롭게 열리며 문화의 외침과 울림이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자연이 꽃과 잎새, 신록으로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면, 사람은 지혜와 정성, 의지와 참여로 그 나름의 특색 있는 문화의 향기를 피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철강산업도시로 급성장한 포항은 철강이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와 유동인구의 영향으로 독특한 도시문화를 형성하지 못한 채 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듯 했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는 민선 5기가 시작되면서 포항시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문화, 환경, 복지, 관광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영일만 르네상스’를 표방하며 문화도시 포항의 미래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포항에서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축제와 전시, 이색적인 공연, 포항운하 통수와 크루즈선 취항 등으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화적인 프로그램에 동참하거나 이색문화를 즐기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는 최근들어 인상깊게 본 공연과 전시회를 통해 포항 문화의 새로운 면모와 자생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작년 말 KBS포항방송국 공개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를 위한 통기타 작은 음악회’는 포항지역의 순수 아마추어 기타동아리 뮤지션들이 열성적인 악기 합주와 시원스런 가창으로 자유분방함을 드러냈었고, 공연 틈새에 시낭송과 피아노, 대금 연주, 난타 등을 곁들여 한결 다채로움을 더했다.

거기에 타지역의 통기타동호회까지 우정출연해서 어울리니 리듬과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청중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흥겨운 문화마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아이템은 지방 공영방송사의 장소 제공으로 민간영역 차원에서 뮤지션들의 재능기부와 발표를 통해 순수음악을 쉽고 편안하게 접하며 복합적인 공연 콘텐츠를 향유함으로써,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문화시민의 소양을 한층 더 높인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또한 포항시 승격 70주년 기념으로 (사)한국예총포항지회가 주관해서 중앙아트홀에서 열린 ‘영일만 사람들전’은 포항지역에 살았거나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영일만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을 그림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정겨웠다. 그림 속에는 작가의 가족이나 친구, 이웃, 예술가, 기업인, 정치인, 자화상 등 70명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져 있었는데, 인물전 기획 자체가 신선하고 이색적이며 인물에 투영된 포항의 역사와 개인적인 삶까지 더듬어볼 수 있어서 관람객들의 관심과 흥미가 컸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일만 르네상스는 문화예술이 주축이 돼야 한다.

포항시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일월문화제, 스틸아트페스티벌 등 굵직한 문화사업을 전개하고 지원하는 등 문화적인 인프라와 예술적인 활동기반을 꾸준히 구축해왔다. 그 결실일까? 작년 말, 포항이 ‘철강산업 쇠퇴, 지진을 겪은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회복하고 인문과 문화예술을 통해 다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담아 전국 10대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문화예술의 품격이 그 도시의 품격이고 미래 경쟁력이다.

돈으로 문화를 살 수는 없지만 문화는 분명 돈이 된다. 흥겹고 건실하고 자유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로 포항을 지탱해갈 수 있는 문화의 저력과 융합이 필요한 때이다. 행정 입안자의 거시적인 안목과 문화예술인들의 활발한 노력,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향기로운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시의 밝은 내일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