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현 정
연잎 위의 이슬이
이웃 마실 가듯 한가로이 물 속으로
굴러 내리지만
여기 평화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슬 한 개 굴러내리면서
아, 수면에 고요히 눈을 뜬 동그라미가 연못을 쫙 차게
돌아나가더니만
이 안에 들어와 잠을 자던 하늘이며
나무며 산이
건곤일척(乾坤一擲), 일거에 일어서서 그 커다란 몸을 추스른다
새들, 도도히 날아간다
연잎에서 굴러 떨어진 이슬 한 방울이 온 연못을 흔들어 깨우고, 연못에 비친 하늘이며 나무며 산을 일시에 몸 추스르게 한다는 시인의 섬세한 시안이 놀랍다. 이슬 한 방울도 하늘도 나무도 산도 우주 속의 한 개체이면서 긴밀하게 서로 연결, 연관지어진 생명체들이다. 그 광경을 세밀히 바라보는 시인도 같은 경계 속에 놓인 우주적 생명이며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