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해외 순방 중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건설의향’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가워야 할 소식이지만 그저 씁쓸한 느낌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마저 급감하고, 원전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마저 연일 엎어지는 판에 무슨 수로 원전 수주를 감당할 것인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원전 구매 의사를 먼저 밝힌 쪽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3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돌연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한 카자흐스탄의 실권을 쥐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독하게 고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원전은 위험하다. 우리는 원전을 없애는 중이다. 그러니 그냥 계획대로 화력발전소를 지으시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답은 뜻밖에도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해오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UAE 원전 1호기를 사막 지대에서도 공사 기간 내에 완료했고, UAE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원전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용 후 핵연료까지 회수해가는 좋은 조건을 내걸어 원전을 수주하는 러시아가 바로 옆에 있는데, 카자흐스탄이 ‘탈원전’ 선언국인 한국의 원전을 구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진단이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입학생 32명 중 이례적으로 6명이나 자퇴했다. 카이스트 역시 올해 전공을 결정하는 2학년 750여 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 전공 선택자는 4명뿐이었다. 2010년 이후 2016년까지는 매년 평균 20명이 선택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학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셈이다. 부품 등을 생산하는 관련 중소기업이 추가 공급처 없이 계속 버티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대한민국 국민은 혼란스럽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으로 혼란에 빠진 울진군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중잣대가 기막힐 따름이다. 문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인가. 원전은 정말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것인가. 만일 위험한 것이라면 왜 외국에 나가서는 안전하다는 이율배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력은 ‘폭락’ 중이고,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은 ‘추락’ 중이다. 앞길이 막힌 원전산업 지역 국민의 절망만 한없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