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주식으로 거부가 된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성공에 이른 열쇠는 ‘책읽기’였다고 한다. 디지털문명의 한 가운데인 21세기, 거의 모든 정보를 온라인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손가락 하나로 세상의 온갖 지식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버핏은 ‘의미있는 지식과 뜻깊은 정보는 책을 읽지 않고는 얻어 챙길 방법이 없다’고 고집하며 독서를 통하여 평생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세상과 너끈히 겨루며 싱싱함을 유지하는 비결 또한 책읽기라고 하였다. 하루 500페이지에 달할 정도의 독서량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섭렵하며 최첨단 정보를 기준으로 최우량 기업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그만의 비법을 유지한다고 한다.

양날의 칼. ‘지식정보시대’로 일컫는 오늘. 디지털문명이 안겨준 정보의 총량은 어마어마하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온라인은 정보로 이미 차고 넘친다. 정보의 양이 많기도 하지만 정보가 진화해 가는 속도를 따라잡기도 버거울 판이다. 사이버공간의 ‘초연결사회’는 인간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과연 충분할 것인가. 컴퓨터와 영상모니터에만 심취하고 몰두하는 현대인은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만큼 정보와 지식을 챙기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렇게 풍성한 정보습득이 간편해진 세상에 온라인검색만으로 얻지 못하는 정보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상태를 문맹(Illiteracy)이라 불렀었지만, 디지털시대 현대인은 문맹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름하여 책맹(Aliteracy). 글을 읽을 줄은 물론 알지만 책을 읽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표현이다.

디지털정보와 영상전달에만 의존하는 사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는 일이야말로 사람을 위험한 상태에 빠뜨리게 된다. 글을 따라 읽으며 자연스럽게 체득하였던 집중력과 판단력의 저하를 초래하여 급기야는 디지털로 정보를 습득하면서도 점점 더 조급해 지고 산만해 지며 인내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 지식듭득과 상관이 없을 평소에도 주의력에 손상이 발생하여 균형있는 인성을 유지하는 일마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중독이 가져오는 책맹현상은 위험하다. 유튜브와 게임과 SNS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는 하였지만, 그 내용과 시야를 협소하게 하고 축소해 가는 경향성을 지닌다. 디지털의 모든 특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책읽기를 통하여 개발되는 집중력과 분석력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을 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Bill Gates)도 소문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따금씩 좋은 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은 성공에 이르는 동안에는 몰라도, 그 성공을 유지하려면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가는 세상에 간편한 도구인 온라인 접속에 더하여 지루하고 답답하기 할 독서에 몰입하는 일은 비효율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의 문명은 독서를 통하여 사고력과 분석력을 진전시키고 통합과 협력을 위한 인성의 개발도 지식을 넘는 지혜로 가득한 책을 읽음으로 구현하여 왔다.

지난 세기 초반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아직 문맹이 존재하던 시절에 이미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인터넷과 온라인에 중독된 나머지 인간의 소중한 능력을 잃어버리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문명을 더욱 꽃피우게 하기 위하여도 책의 가치를 다시 새겨야 하며, 읽는 일의 수고로움을 지켜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제대로 알기 위하여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