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성 호

자장면 왔습니다

자장면집 배달원이 자장면을 가지고왔다

거기 놓으세요

가장 어린 직원이 신문지를 편다

야근을 자장면 먹듯이 하는 때

우리는 둘러앉아 자장면을 먹는다

만 사천 원입니다

덤으로 튀김만두도 가져온 배달원은

빈 철가방을 들고 나갔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자장면집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어느 집이나 다쿠앙의 맛은 비슷하고

배달 오토바이의 종류도 다 비슷하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비닐 랩이 없던 시절에도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그 초절 기교의 배달원들을 생각했다

그 때도 자장면집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장면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복도에

내놓으면

언제 와서 가져가는지 모르는

과연 그 자장면집은 어디인가?

전화를 걸어

“자장면”

하면, 오는

말이 이루어지는

자장면 배달원의 신속한 행동과 함께 자장면 집은 어딘가를 물으며, 배달이 판을 치는 세상을 염려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랑도 우정도, 인생까지도 주문 배달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와 함께 퀵 퀵! 더 빨리 배달을 독촉하는 우리 시대의 세태를 야유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