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고통의 수레바퀴는 어떻게 돌아가기 시작할까?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월리엄 하트, 김영사, 2017)에서는 ‘맛지마니까야’를 통해 모든 고통의 원인을 적시한다. “무지가 일어나면, 반응이 일어난다. 반응이 일어나면, 의식이 일어난다. 의식이 일어나면 마음과 물질이 일어난다. 마음과 물질이 일어나면,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이 일어난다.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이 일어나면, 접촉이 일어난다. 접촉이 일어나면, 감각이 일어난다. 감각이 일어나면, 갈망과 혐오가 일어난다. 갈망과 혐오가 일어나면, 집착이 일어난다. 집착이 일어나면, 되어감의 과정이 일어난다. 되어감의 과정이 시작되면, 태어남이 일어난다. 태어남이 일어나면, 늙음과 죽음이 일어난다. 슬픔, 애통함, 육체적 정신적 고통 그리고 고난과 함께. 이 모든 고통이 일어난다.”

고통의 수레바퀴를 멈추려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붓다는 인간의 마음이 크게 네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다. 의식(원냐나), 지각(산냐), 감각(웨다나), 반응(상카라)이 그것이다. 의식은 분별하지 않는 알아차림·수용을, 지각은 인지행위·분류·분별과 평가를, 감각은 가치부여·호불호를, 반응은 갈망과 혐오를 가리킨다. 결국 인간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몸(아원자 입자)의 흐름과 이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정신(의식, 지각, 감각, 반응)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붓다는 발견했다.

깜마(카르마)를 ‘운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깜마는 ‘운명’이 아니라 ‘행동’이다. 붓다는, 당신이 당신의 주인이고, 당신이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고 설했다. 그러니까, 인생이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나’의 ‘반응’ 때문이다. 모든 고통의 원인은 ‘반응’ 때문이다. 그러니까, 반응을 멈추면, 고통도 사라진다. 모든 반응을 멈추면,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고통의 진짜 원인은 마음의 반응이다. 반응이 쌓이고 깊어지면 갈망과 혐오가 생겨난다. 붓다는 이것을 ‘갈애(渴愛)’라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인간이 삼독(三毒)과 오욕(五慾)에 집착하는 것을 갈애라고 한다. 갈애는 번뇌와 망상을 일으킨다. 번뇌와 망상은 인간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이룰 수 없는 것을 끊임없이 바라면서도,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는 정신적 습관이 바로 ‘갈애’다.

고통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보자. 집착은 왜 일어날까?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신적 반응이 쌓이고 깊어지면 집착이 생긴다. 무엇이 좋아하고 싫어함을 일으킬까? 감각 때문이다. 감각은 왜 일어날까? 몸의 감각과 마음, 즉 여섯 가지 감각 토대를 통해서 일어난다. 왜 여섯 가지 감각 토대가 존재할까? 그것들이 마음과 물질의 흐름에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마음과 물질의 흐름은 왜 일어날까? 붓다는 ‘의식’, ‘나’와 ‘나 아닌 것’으로 세상을 분리하는 인식 행위 때문에 일어난다고 했다. 이것 때문에 ‘정체성’이 생기는 것이다. 매순간 의식이 일어나 특정한 정신적, 육체적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의식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식의 흐름을 일으킬까? 붓다는 그것이 반응 때문에 일어난다고 했다. 고통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원인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반응은 왜 일어날까? 붓다는 그것이 ‘무지’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했다.

인간은 반응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반응하는 대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반응한다. 인간은 반응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끊임없이 반응하고, 반응한다. 전 세계적으로 명상 붐을 일으킨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세계의 모든 8세 아동들이 명상을 배운다면, 한 세대 만에 세계의 폭력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수레바퀴를 깨부수는 방법은 ‘명상’이다. 만약 한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명상을 배운다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