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강력 투쟁 벼르는 패스트트랙 전망은?

여야 4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림에 따라 여야4당과 제1야당이 정면충돌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4당이 함께 추진해온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사실상 올랐다. 이는 전날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이날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추인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여야 4당, 일제 의총 열고 ‘추인’
곧 있을 정개특위 첫 충돌 예고
본회의 통과하려면 ‘산 넘어 산’
한국당 장외 투쟁 불사 입장에
민주도 파국 책임 몰릴까 부담
4월 ‘식물국회’ 기정사실 될 듯

패스트트랙의 공식 출발점은 조만간 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가 될 전망이다.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전체 재적의원(18명)의 5분의 3 이상(11명 이상)이 동의하면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개혁 법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른다. 정개특위 위원 중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한 여야 4당 소속 의원이 12명인 만큼 이렇다 할 변수가 없는 한 패스트트랙 안건은 가결될 전망이다. 정개특위에 소속된 자유한국당 의원은 6명이다. 다만 이들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해도 최종 관문인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제1야당 한국당의 초강력 반발을 돌파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에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로 ‘게임의 룰’인 선거제 개편을 해왔던 기존 관행을 여야 4당이 일방적으로 깨뜨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주도하는 총선용 악법야합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경제·민생·안보를 다 망쳐놓고는 국민의 분노가 차올라 저항이 거세지니 국면 전환을 위한 치졸한 발상에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0석’을 이야기할 때 ‘설마’했는데, 지금 보니 좌파독재 플랜이자 개헌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며 “공수처 또한 법원·검찰·경찰 권력을 청와대 마음대로 하면서 게슈타포(독일 나치 정권 하 정치경찰)를 설치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의회·반헌법적인 정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권의 핵심 중 상당수는 1980년대 대학 다닐 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입에 달고 있던 사람들이고, 이후 전향한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총칼로 싸울 때는 사전에 예고를 하지만, (여야4당의 선거제 개정안은)싸움판에서 주먹으로 덤빌 때 칼로 뒤에서 찌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앞장서서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며 향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각종 민생 현안 처리에 있어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여야4당의 선거제 합의안은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간선제로 뽑겠다는 것으로, 정개특위 간사로서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뿐만 아니라 ‘땜빵 미세먼지 추경, 찔끔 산불 재해 추경’, ‘총선매표부정추경’ 등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주말인 오는 2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두 번째 장외집회도 검토 중이다. 한국당의 반발로 국회가 멈춘다면 당장 오는 25일 정부가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개편안 등 산적한 민생 현안 논의도‘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이 국회를 뛰쳐 나갈 경우 각종 입법을 통해 문재인 정부 중반기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날 “한국당을 설득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여야가 원만하게 타협해 처리하도록 하고, 그를 위해 민주당이 가장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밝힌 것도 여당의 이같은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추인으로 여야,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의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4월 국회가 ‘개점휴업’상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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