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화편집부국장
정철화 편집부국장

최근 포항의 최대 관심사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다. 11·15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촉발된 것으로 판정이 나면서 포항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재건하고 시민들의 정신적, 물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표현했다.

포항지진은 세월호 사건과 많이 닮아 있다. 인재에 의한 엄청난 피해가 났고 사고가 터지기까지 과정이 거의 판박이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탑승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무엇보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된 비극이어서 아픔은 더욱 컸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에서 규모 5.4 지진이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포항지진 총 피해액은 3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도시 브랜드 손상과 인구감소, 기업의 투자위축, 관광객의 감소, 집값 폭락, 지진 트라우마 등 직간접적 피해가 수백조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 사건은 국가 전체에 넓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로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해 땅에 시추공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을 자극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지열발전은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사업의 하나로 넥스지오가 시공을 맡았다. 세월호에는 침몰하는 배 속에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도망가버린 어이없는 선장이 있었다면 포항지진에는 지열사업의 학문적 근거를 제공한 비양심적인 학자들이 있었다. 지열발전은 스위스 바젤에서 지진유발 가능성 때문에 실패한 사업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그런 사업을 그것도 지진단층이 지나는 포항에서 추진하도록 자문을 한 학자나 연구기관은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사건에는 사업주가 선체 복원력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선체구조를 변경했고 이를 안전하다고 승인해준 국가기관이 있었다. 포항지진에는 지열발전 물 주입과정에서 100여 차례의 미소지진이 발생했고 수 차례 지진 위험 경보신호가 보내졌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세월호의 실제 사주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도망을 다녔다. 포항지열발전의 사업주 역시 여태까지 포항지진과 관련한 사과 한마디 없다.

세월호 사건은 그해 11월 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피해자 보상과 함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사고와 관련한 정부기관과 청와대 지휘 책임자의 과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세월호와 달리 포항지진은 사업 발주기관이 정부기관이란 점이 차이점이다. 지열발전을 발주한 산업자원부는 포항지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항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청할 게 아니라 산자부가 앞장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리다. 그게 아니면 사고를 축소, 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는 의심만 살 뿐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며 정쟁이 벌어졌었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던 당시 국가 지도자들은 법적 처벌과 함께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지역의 지도자들은 세월호의 전례를 새겨야 한다. 포항지진 특별법제정 과정을 포항시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후속대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