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보더콜리.

보더콜리가 양을 몰고, 양은 축사로 들어가는 것을 본적 있는가? 매우 신기해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동물들 간의 특별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도 않다. 양은 늑대같은 천적이 공격해 오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리의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무리의 중심으로 향하려는 구심력은 무리의 밀도를 높게 하고 무리가 하나의 개체같이 움직이게 한다. 보더콜리는 움직이는 양을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는데 이것은 사냥감을 쫓는 추격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양을 먹이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을 쫓는 행동 자체는 먹이동물을 추격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임은 분명하다. 무리에서 이탈한 양이 빠르게 움직일 때는 빠르게 쫓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개가 자신의 몸을 낮추고 가만히 주시하고 있는 것은 육식동물이 먹이동물의 움직임에 맞추어 자신의 움직임을 숨겨가며 포획하려는 본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양 한 마리가 어떤 이유로 인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면 양몰이개가 잽싸게 쫓아가다보니 초식동물의 본성대로 도망을 치게되고 양몰이개는 육식동물의 본성대로 이를 쫓기 때문에 양은 우왕좌왕하다 무리가 있는 곳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과 양몰이개의 기본적인 쫓기게임은 끝나게 된다.

양몰이개의 머리속에 ‘양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위험하므로 얼른 되돌아가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돌아다니는 양은 사냥하기 좋은 대상이기 때문에 이리저리 쫓다가 양이 무리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 이상 쫓지 않는 것일 뿐이다. 실제 야생 늑대들의 경우에도 초식동물의 무리를 발견하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무리의 좌우를 돌아 달리며 한 두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도록 만들어 그 대상을 쫓아 사냥한다.

 

양은 위협을 느끼면 무리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무리가 하나의 개체처럼 움직이게 된다.
양은 위협을 느끼면 무리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무리가 하나의 개체처럼 움직이게 된다.

양몰이개 보더콜리는 특유의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높은 집중력과 그에 따르는 짖음 신호를 쉽게 낸다는 것이다. 이 특이한 매력은 움직이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같이 덩치가 큰 것에서부터 나뭇잎, 테니스공, 비닐봉지같은 작은 것에까지 다양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추포하기 위해 응시와 돌진을 하지만 그것을 실제 사냥감처럼 물어뜯거나 과격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이는 보더콜리만의 오묘한 사냥습성이자, 절제된 표현을 하는 그들만의 특성이다. 보더콜리가 양떼를 울타리 안으로 몰고 축사로 들어가게 하는 행동을 잘 살펴보면 보더콜리는 양떼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리를 쫓는 것외에도 양떼가 이리저리 움직일때 마다 양떼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냥포즈를 취한다. 보더콜리의 입장에서 ‘양떼가 이쪽으로 가면 위험하니까 다른 쪽으로 몰라야겠다!’라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의 개념없이 양떼가 한쪽 방향으로 계속이동하면 얼른 그 선두쪽으로 달려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다.

너무 자주 양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로막게 되면 양들은 충분히 풀을 뜯지도 못하고 이내 축사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목동은 보더콜리에게 단순한 몇 가지를 가르치는데 이것이 바로 ‘정지’, ‘부르기’, ‘쫓기’ 등이다. 이 훈련을 통해 너무 자주 또는 성급하게 양들을 따라다니게 되면 정지신호를 주거나 개를 불러들여 가만히 있게 하고, 양떼에서 이탈한 양이 발생하면 쫓아가라는 신호를 주어 얼른 양떼로 되돌리도록 한다. 목동이 양들을 우리로 가둘 시간이 되면 보더콜리에게 지속적으로 양들을 쫓도록하는데 양떼의 후미에서 자극을 주거나 무리의 선두를 가로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도록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끝도 없이 양들을 쫓아다니게 되면 양들은 더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숨으려 하게 되는데 몰려다니는 중에 축사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는 보더콜리가 자신들을 더이상 쫓지 않음을 익히게 된다. 양떼가 축사로 들어가게 되면 목동은 보더콜리를 불러들이고 축사문을 닫아 더 이상 보더콜리로부터 양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경험없는 양떼가 처음부터 축사로 잘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은신처에 대한 개념은 동물들에게 금방 인식되어지는 것이므로 양떼가 축사로 몸을 피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 일상적인 생존습관이 된다. 양떼를 따라 다니는 보더콜리와 그를 피해 도망다니는 양떼의 관계는 개의 사냥행위와 양이 자신을 지키기위해 무리에 합류하고 은신처로 피하려는 관계에서 비롯된 본성적 행위이며 둘 사이의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양몰이’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