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ergy Storage System)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에 쓰이는 장치를 축압기라고 하고, 더 넓은 범위의 시스템 전체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라고 부른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건전지나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소형 배터리도 전기에너지를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지만 이런 소규모 전력저장장치를 ESS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수백kWh 이상의 전력을 저장하는 단독 시스템을 ESS라고 한다.

에너지 저장방식에 따라 크게 물리적 에너지저장과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물리적 에너지저장으로는 양수발전과 압축공기저장, 플라이휠 등을 들 수 있으며,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 납축전지, NaS전지 등이 있다. 배터리 형식의 ESS를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ESS라고 하면 BESS를 말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설치된 ESS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잦아 가동이 중지되는 등 업계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ESS 화재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올 1월까지 전국에서 21건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15건(71%)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연계된 ESS에서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고, 지난 1월부터 ‘민관 합동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곳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12일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ESS 1490개 중 747개가 가동 중단 상태다. 화재가 잇따르자 전국 ESS의 절반은 가동중단 조치됐고, ESS 신설 역시 중단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신규 ESS 설치 계약 물량도 끊겨 ESS 산업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의 선제적 개발과 적용 노력이 아쉬운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