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특별법 제정, 문 대통령 의중은?
포항특별법 제정, 문 대통령 의중은?
  • 전준혁기자
  • 등록일 2019.04.21 20:24
  • 게재일 2019.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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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당 절차 싸고 기싸움
이철우 지사 중재 막힌 상황서
포항시 추경안도 ‘무리수’ 평가
국민청원 마감에 靑 답변할지
대통령 뜻 언급될지 관심사로

‘청원 답변에 문재인 정부의 의중을 분명히 실어줘야 할텐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두고 청와대측의 답변 여부와 답변 수준이 어떻게 될지가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울진 신한울 원전 3, 4호기 건설재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요건을 충족시켰음에도 질질 시간을 끌다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는 무성의한 답변이 나온 뒤끝이라 민관이 모두 청원 이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의 답변이 무성의하게 이뤄지자 울진군민 등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개최된 자유한국당 장외시위에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마감된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란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요건을 모두 채웠다. 청원자는 21만2천여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특히 11·15지진이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촉발된 인재(人災)로 정부조사단이 객관적 조사를 통해 결론 내린 상황이어서 정부차원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민심 폭발력을 안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지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포항 시민 궐기대회에 3만명이 운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민들은 인재로 인한 지진피해를 신속하게 보상 또는 배상받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과 중앙 정가 움직임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속이 끓어오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의 정략적인 행보에 복합적으로 휘말리면서 지역민들의 바람은 내거리에 걸린 플래카드처럼 요란하기만 할뿐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유한국당은 김정재 의원(포항 북)이 주도해 소속 의원 113명이 서명한 2개의 특별법안을 두고 내용을 보완하면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법안이 부실법안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더 나아가 입법권을 가진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서고 있다. 포항시내 곳곳에 이런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원론적으로 일리가 있지만 지진특별법 제정의 추동력을 늦추는 ‘사이드 이팩트’(부작용)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포항시민들은 떨떠름해 한다.

포항시도 11·15지진이 촉발지진으로 입증된 점을 기화로 지나치게 많은 지역개발 사업들을 포함시켜 지진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차원보다 보상으로 한몫잡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국책사업 선정에서 홀대해온 정권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포항시는 정부 부처 및 민주당 지도부에 2019년 1천400억원(2020년 2천209억) 규모의 포항지진 피해 복구 추가경정예산 반영과 함께 포항지역 경쟁력 강화 16개 사업(총 사업비 3조1천243억원, 국비 1조3천126억원)에 1천134억원(2000년 1천891억원) 지원을 건의했다. 이들 사업 가운데는 포항∼영덕 고속도로(영일만횡단구간) 건설 등 지진피해와 무관한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당국에서 난색을 표명하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아닌 청와대에 입법을 청원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입법권이 없는 청와대가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가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묵묵부답으로 있기에 부담스러운 청와대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도 있다. 입법에 관한 사안이라 내용적으로 보면 ‘기각요건’에 해당돼 청와대로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할수 있는 좋은 구실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만 당정청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는 현재의 여권 정치구도상 청와대의 마음먹기에 따라 정무수석 라인을 통해 얼마든지 여권에 입법과 관련한 소통을 할수 있다. 청와대가 어물쩍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대목이다. 서명인 33만명을 넘은 신한울 원전 원전 3, 4호기 건설재개 청원처럼 지역민들을 답답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다.

지역민들의 답답한 사정을 풀어야 할 정치지도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중앙무대에 여야에 두루 발이 넓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꼬여만 가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풀기 위해 이강덕 포항시장을 대동하고 민주당 관계자를 만나 “특별법을 민주당이 먼저 발의하라”면서 여야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양측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통 큰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대구·경북 홀대론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성의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포항지진 촉발시킨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경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범대위는 최근 범대위 사무국(북구 문화로 14)에서 회의를 갖고 지열발전 실증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포항지진정부합동조사 결과 드러났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포항시민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항의집회를 열어 지진피해로 고통받은 포항시민을 위해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진유발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도록 촉구할 것을 결의했다. 범대위는 또 피해지역 주민들을 대표하는 7개 단체 구성원을 추가로 범대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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