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 흐를 듯하고 터질 듯한 생명, 한 민족 전체의 무게와 야성이 있다. 목소리를 높일 때는 언어 안에 있는 오르간 전체가 울린다. 모든 말이 투박하게 소금을 쳐 노릇노릇 갓 구워낸 농가의 빵처럼 맛있다. 불을 토해내는 말은 마치 강력한 뇌우처럼 거칠고 난폭하게 독일 땅에 휘몰아친다.” 16세기 초 독일을 뒤흔들고 전 세계를 글로 뒤집은 마르틴 루터 이야기입니다.

1515년, 교황청은 성 베드로 성당 건축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면죄부 판매라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권력을 얻으려 사채업자에게 거액의 빚을 진 할버슈타트에게 대주교 자리를 내어 주고 8년 동안 면죄부 영업권을 선물로 하사합니다.

“교황청이 낡아 성 베드로의 유골이 노숙할 지경에 이르렀다. 조상들이 연옥의 불길에서 고통받으니 후손들이 면죄부를 사서 조상들을 고통에서 건져주지 않으면 대대로 고난을 받을 것이다. 면죄부의 효력은 성모 마리아를 겁탈해도 깨끗이 용서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효력이 있다. 돈 궤에 쨍그렁 면죄부 대금이 입금되는 순간,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은 천국으로 간다.” 이런 강렬한 홍보 문구는 민중들에게 먹혀듭니다.

마르틴 루터는 이런 현실에 분노하지요. 상황의 부당함에 대해 글로 전투를 벌입니다. 모두 비웃음을 사고 말지요. 교황청은 루터를 이단으로 몰고 갑니다. 심지어 루터를 살해해도 아무런 죄를 묻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교시를 하달합니다.

루터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은밀히 잠적한 상태로 엄청난 양의 글을 쓰며 저항합니다. 1523년 한 해 동안 독일 전체에서 발간된 출판물 총 900여편 중 346편이 루터가 쓴 글입니다. 한 국가에서 발행한 출판물 1/3이 넘는 분량을 혼자 써낸겁니다. 살아있는 동안 루터 한 사람이 발표한 글은 독일 모든 가톨릭 저자들이 발표한 글을 다 합친 것보다 다섯 배가 많은 분량이라고 하지요. 독일 공영TV인 ZDF가 2003년 11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명을 선정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0위, 구텐베르크 8위, 괴테 7위, 바흐 6위, 칼 마르크스 3위. 마르틴 루터가 2위를 차지하지요.

썩어지고 부패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린 마르틴 루터의 정신이 그리운 새벽입니다. 오늘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부지런히 사색하며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기르고 있을 그대를 응원합니다. 그대 시원한 글 한 줄이 험한 세상에 누군가의 마음 속 씨앗으로 심겨지는 내일을 위해 기도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