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구에서도 퓰리처상 수상작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날 사진전을 구경한 많은 사람들은 ‘사진의 힘’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는 이색 경험을 했다.

퓰리처상 수상작은 작품마다 한편의 예술을 느낄 만큼의 높은 작품성이 있다. 그리고 역사의 순간과 특종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음으로써 사진을 보는 재미가 예사롭지 않다.

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 전쟁 관련 사진으로 유명한 ‘소녀의 절규’가 있다. 당시 9살의 베트남 소녀가 네이팜탄의 폭탄 세례로 불이 붙은 옷을 벗어던져버리고 울부짖으며 달리는 모습을 AP통신기자가 카메라에 포착했다. 전 세계가 이 사진 한 장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비극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이 소녀는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훗날 UN 명예대사로 전쟁 피해 아동구호 활동을 펼쳤다. 올해 독일 드레스덴 인권 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니 인생 반전을 일궈낸 셈이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특히 언론계서는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부른다. 1917년 헝거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 퓰리처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언론분야 14개 부문과 문학,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이 시상된다. 매년 4월 수상자를 발표하며 수상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 상은 권위와 신뢰도가 높으나 미국신문사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져 미국 내 문제가 주로 다뤄지는 아쉬움은 있다. 시중에는 퓰리처상 사진을 모은 책이 발간되어 일반인도 퓰리처상 수상작을 손쉽게 접할 기회가 있다.

올해 퓰리처상 사진부문에 한국인 사진기자가 포함돼 화제다. 로이터 통신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경훈씨는 미국 국경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사진을 잡아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한국의 일간스포츠지 사진기자로 일하다 2002년부터 로이터 통신 도쿄지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그에게 축하를 보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