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내 모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었다고 해도
시인은 이 세상을 이별한다면 허공에 하얗게 날리는 눈이 되겠다고 말한다. 사는 날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생활의 족쇄랄까 인간관계에 걸쳐진 끈이랄까 욕심과 욕망에 사로잡힌 자신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서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누리겠다고 다짐하는 겸허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