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 등 이어 어젠 진주서
불특정다수 대상 범죄 잇따라
관련 개정법 국회 통과 됐지만
인권침해 등 우려 논란 지속
정신병력 환자 관리·후속 추적
심리치료 등 종합적 시스템 마련
세밀한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앓는 일부 환자들과 사회 부적응자들의 ‘묻지마 난동’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 환자가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불길을 피해 나오는 주민 5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한달 사이 진주·대구·부산 등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정신질환들의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끔직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관련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환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등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A씨(42)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바깥으로 뛰쳐나오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무차별로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당하는 참혹한 일이 발생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12세 여자아이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과 보름 전인 이달 9일 대구 달서구 거리에서 묻지마 흉기 범행이 있었다. 23세 남성이 평소 일면식도 없는 17세 학생의 뒷머리 부분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달 25일 밤 부산의 한 대학교 앞 커피숍도 충격에 휩싸였다. 21세 남성이 이날 오후 9시께 커피숍 2층에서 갑자기 흉기를 꺼내 책을 보던 20세 여성의 왼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갑작스러운 남성의 범행에 놀란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고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북도 묻지마 범죄의 잔상이 남아있다. 지난해 7월 8일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난동을 부렸고,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같은해 6월 9일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약국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약사와 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직원을 숨지게 한 40대가 붙잡혔다.

이들 사건의 범인들은 정신병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정신과 환자의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안이 인권침해를 가져오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손상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제동을 걸어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이 퇴원환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안내하고 자료를 비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정신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중 자·타해 위험이 있음에도 치료를 중단한 채 퇴원한 환자에 대해 정신의료기관 장이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그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를 발견하면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시군구청장은 필요한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및 심사를 거쳐 외래치료지원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기존 외래치료명령 제도를 강화했다. 이 개정안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묻지마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포항시민 김모(45)씨는 “‘묻지마 난동’이 앞으로도 계속발생하면 환자와 사회부적응자들의 사회격리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경남 묻지마 칼부림’의 피해자가족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잠재적 범죄의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자들은 지금보다 강화된 제도를 이용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심리치료전문가는 “환자 인권과 사회 안전이라는 두 가지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며 “국가차원에서 정신병력 환자들의 관리와 후속 추적은 물론, 심리치료 등을 종합해 세밀한 ‘사회안전망’ 구축 마련에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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