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4월 16일 노란 ‘세월호 대참사’ 추모배지를 달고 거리에 나선다. 어언 5년 세월이 지나갔다. 5년 전 그날 저녁 구들방에 군불을 지피다가 뒷집 할머니에게 들은 참사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전갈이었다.

촌동네로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들은 천붕(天崩) 같은 소식. 지금이나 그 시절이나 텔레비전이 없기에 세상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확인한다.

당시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보여주던 흉악무도함 때문에 세상사와 절연하고 살아가던 터라 참사소식은 상상을 절(絶)하는 것이었다. 열여덟살박이 고2 학생들만 250명을 수장시킨 희대의 참극. 내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목숨 건 단식에 2박 3일 동참한 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304명 위폐에 분향하고 명복을 빈 일, 경북대 콜로키움에서 희생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고작이다.

강의실에서 “벌써 5년 전이로구나!” 했더니 학생들이 이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올해 신입생들이 19학번이므로 당시 고2였던 단원고 학생이 대학생이 됐다면 16학번, 4학년이 됐을 것이다.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는 행악질과 패륜이 자행됐던 지난 5년의 세월. 그것을 묵묵히 견디며 유가족들은 지난 3월 18일 광화문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불과 1개월 지난 시점에 터져 나온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폭력적인 망언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 금하기 어렵다. 차명진은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는 글을 남겼다. 정진석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동조(同調) 글을 올렸다.

그들의 언어에 담긴 핵심은 ‘자식들과 세월호를 징하게 회 처먹고 우려먹는’ 유가족과 현 정권에 대한 조롱과 짜증과 분노다. 그들에 따르면 ‘세월호’ 유가족은 5년째 자식들의 시체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시체를 ‘회로, 찜으로, 뼈까지 우려내먹는’ 희대의 악마로 단원고 학부모들을 몰고 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그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권력과 집권여당의 정치·경제적 이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도의 품격과 절제와 사유의 언어가 결석한 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자리에 있다니, 정녕 놀라운 일이다. 그들의 언사에서 일본 수상 아베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한국정부가 툭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치 쟁점화 하여 한일관계를 왜곡한다는 그자의 언사. 식민지 조선의 여성을 성적으로 노예화한 자신들의 범죄행각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고사하고 ‘또 위안부냐’ 하는 투의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러운 반응!!

우리가 역사를 거론하면서 과거를 반추함은 거기서 얻어내야 하는 교훈 때문이다. 패망한 나라의 유랑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민초들의 처참한 형극(荊棘)의 길을 떠올려 재발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말하고, 그것을 돌이키는 것은 또 다른 참사를 미연에 예방하고자 함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2명이 숨지는 참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대한민국 정부와 무소불위 최고권력. 언제까지 이런 대규모 참사를 되풀이할 것인가, 하고 국민들은 준엄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슬프고 괴로운 백발의 유가족들에게 ‘회 처먹고, 찜 쪄먹고, 뼈까지 발라먹는’다고, ‘이제 그만 우려먹으라고, 징글징글하다’고 말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의원자리와 대통령이 더 소중한 그자들. 우리는 당신들이야말로 정말 징글징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