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이미선 치킨게임’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임명 강행 의지를 감추지 않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중이다. 부정적인 여론과 비판적 민심을 거스르는 청와대의 ‘오기 인사’가 국민적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의 업무 공백을 없애기 위해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18일을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 기한으로 정했다”며 “18일까지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19일에 대통령이 인사를 재가하고 발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일에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두고 “국민 정서에 맞도록 그런 측면도 보완하는 게 좋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를 달면서도 이미선 후보자에 대해 “내부정보를 갖고 주식 거래를 한 게 아닌 걸로 밝혀졌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재송부 요청서는 국회에 대한 청와대발 항복요구서라고 생각한다”며 “국회 위에 청와대가 군림하겠다는 선언서”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재송부 요청은) 대통령이 국민에 맞서겠다는 처사”라며 “가장 높은 청렴성과 윤리성을 요하는 헌법재판관마저 우격다짐으로 임명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이미선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응답이 54.6%인 반면, ‘적격하다’는 응답은 28.8%에 불과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찬성이 45.8%, 반대가 43.3%로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이 팽팽한 데도 임명을 밀어붙였다. 이쯤 되면 정권의 행태는 바야흐로 ‘민심 무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허언을 한 게 아니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민 앞에 내놓은 그 좋은 소통 약속들을 모두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 야당이 워낙 구제 불능이요 엉망진창인 까닭에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해도 국민들은 선거 때가 되면 진보 여당을 찍게 돼 있다는 집권당 핵심의 오만방자한 장담에 소름이 돋는다. 이 나라는 또다시 꽉 막힌 불통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