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단체장의 ‘우리 고장은 지금’

윤경희 청송군수

필자는 지난해 7월 청송군수로 취임하면서 ‘여민동락(與民同樂)과 민본주의(民本主義)’를 가슴에 새겼다.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하라’는 맹자의 가르침과 ‘목(牧)이 민(民)을 위해 있는가, 민이 목을 위해 태어났는가, 목이 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牧爲民有也)이지, 민이 목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일갈한 다산 정약용의 민본정신은 오늘날 단체장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소멸’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위기에 처해있다. 사람이 떠나고 ‘먹거리’는 줄어들고 있다. ‘공포’가 점차 ‘현실’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청송은 그나마 전국적인 브랜드 명성을 획득한 사과 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어 타 시군보다는 상황이 좀 낫다고들 하지만 사과 산업이 언제까지 버텨줄 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 청송의 경쟁력을 키우는 훌륭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사람이 모여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주민들의 삶과 복지를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필자의 눈에 들어온 뉴스가 있었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를 찾은 관람객이 183만 명으로 집계됐다는 보도였다. 22일 동안 열린 축제에 하루 평균 8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축제를 즐겼다는 것이었다. 지역 상품권을 통한 농·특산물 판매액도 12억3천485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지역 상품권 회수를 통한 공식적인 집계일 뿐 숙박, 음식, 서비스업 등에 관광객들이 쓰고 간 비공식적인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축구장 24개 면적의 얼음벌판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는 물론 시내로 이동해 실내얼음조각광장과 커피 박물관 등을 방문해 화천읍내는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고 대다수 언론들은 보도했다.

화천군이 이 축제를 처음 개최한 2003년, 군민 인구정도인 2만 명을 목표로 한 축제가 이처럼 ‘히트상품’이 된 것을 보고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군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화천군이 ‘산천어’를 테마로 축제를 꾸렸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군민들에게 ‘먹고 살 거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산선생도 말씀하셨듯이 목(牧)은 민(民)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민이 행복하고 잘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행정기관과 단체장의 제1의 임무다.

필자는 이를 위해 군에서 시행하는 모든 행사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군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청송사과축제의 행사장소 변경과 야간축제 도입이었다.

사과축제는 그동안 청송 읍내와 주왕산 중간 지점에서 열려 주민들과 관광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사과축제 행사장소를 청송 읍내에 있는 용전천으로 변경했다. 또한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야간축제장도 개설해 주민과 관광객이 쉽게 찾아와 함께 즐기는 축제로 변신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KT 및 고려대 빅데이터융합사업단에 의뢰해 조사한 ‘2018년도 청송군 관광 통계 조사 분석’ 결과 청송사과축제 방문객은 전년 대비 27% 가량 늘었다. 특히 지역 주민의 방문이 100% 이상 증가해 청송사과축제가 군민 모두가 함께하는 대동축제로 탈바꿈했다. 저녁 시간대 방문객도 전년 대비 115% 늘어 ‘밤이 아름다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또한 전국단위, 시·도 단위의 다양한 체육행사 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다. 체육행사는 선수,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회기간 중 선수 가족까지 오는 경우가 많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전국 가을철 중고배드민턴대회, 야구소프트볼협회장배 야구대회, 도 단위 탁구대회·족구대회·게이트볼대회, 산악자전거대회, 전국 드라이툴링대회, 청송트레일런 등을 개최했다. 올해도 전국 규모의 대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각종 대회들을 계속해서 개최하고 있다. 많은 체육인과 체육가족들이 청송으로 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개인적으로 청송을 방문할 동기도 유발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밖에 공직자들에게도 담당부서의 각종 연수나 간담회, 회의 등 업무와 관련된 행사 및 개인적인 경제활동도 가급적 지역에서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청송이 살아야 지방이 살고,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과제는 그저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다. 지방행정기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