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지방에 소재한 도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들 지역경제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당연히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사례들의 공통된 성공요인은 단 하나다. 그것은 해당 지역 주민 내지는 프로젝트 대상의 진정한 참여다. 그것이 특정한 건축물일 수도 있고 지역의 무형의 자원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지역에 의미하는 바가 정확하게 어떠한 것인지를 해당 지역 주민이나 프로젝트의 당사자들이 알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어떠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것이 성공하였다고 해서 동일한 벤치마크를 통해 마치 외형적으로는 같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도입한 지역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포항시도 최근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에 있다. 그중에서도 도심재생 내지는 상권 활성화는 수년에 걸친 현안과제다. 상권이라는 것은 사실 생물이나 마찬가지다. 시장 또는 상가라는 것은 지리적 공간적으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그곳에 소재하고 있는 상가에 드나드는 소비자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방문관광객은 언제든지 밀물처럼 밀려오다가는 순식간에 썰물이 빠지듯이 빠져 나갈 수도 있는 항상 변화하는 존재다. 이와 같이 변덕이 심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과거의 번화가를 떠올리며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발길은 한번 되돌려지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신중하게 살펴보아야하는 것은 상권의 본질이지 단순하게 노후화된 거리의 환경개선이나 건축물들 사이의 간판의 통일과 같은 외견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그저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에게는 뿌듯한 만족감을 줄지는 모르지만 상권의 핵심인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고 지갑을 열게 할 정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써야할 상권 활성화의 본질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해야할 것인가. 많은 조건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다음 네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왜 그곳에 가야만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온라인쇼핑 등에서 더 싸고 더 다양한 물건을 편하게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물품을 취급하는 상가는 아니어야만 할 것이다. 굳이 소비자들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며 그곳에서 사고 싶은 이유를 해당 상가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만 한다. 즉 유니크함을 갖추어야한다는 이야기다. 둘째, 건물주와 입주자 간 공동의 번영을 추구해야만 한다. 다소 낮은 임대료라도 모든 상가가 입주하면 건물주는 임대수입이 확보되고 입주상가는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상권회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령 앞 상가에서 물건을 살 경우 적립된 포인트를 옆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업종과 업태가 전혀 다름에도 상가들이 이러한 연결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특정 지역상권 전체가 하나의 종합백화점과 같은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주차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다. 상가의 어느 가게를 찾더라도 소비자가 주차서비스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상가 활성화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재생이나 활성화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실제 당사자이자 주인공인 건물주나 상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