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포항 죽도파출소의 24시
해 저물때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사건·사고로 쉼없이 출동하면서
관할 순찰·주정차 단속도 병행
“주말 피크땐 숨 돌릴 틈 없어”
24시간 팽팽한 긴장감 유지
취객에 이유없이 모욕당해도
“이 정돈 애교” 애써 쓴웃음
시민 안전 책임지는 파출소
공권력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의 밤은 늘 소란스럽다.

날이 저물고, 유흥가의 불빛이 문득 화려해질 무렵이면 죽도파출소 경찰관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시끄럽게 울리는 신고전화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상황 알림 무전.

특히나 금요일 밤은 사건·사고가 많아 경찰관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밤 10시 20분께 ‘딩동댕동’ 수업시작 종소리 같은 신호음이 들리며 저녁업무 첫 신고가 접수됐다.

버스 기사가 신호 대기 중 승객에게 맞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자칫하면 승객의 안전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

경찰관들은 다급하게 현장을 향해 달려갔다. 버스 안에서 70대 할아버지가 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기사의 얼굴과 온몸에는 이미 노인에게 맞은 폭행의 흔적이 가득했다.

노인은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한 기사에게 화가나 폭행을 했다고 경찰관에게 진술했다. 그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오후 11시를 넘어서자 사건신고 알림음 소리가 잦아졌다.

알람소리 빈도와 비례해 경찰관들의 출동도 많아졌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단어가 음주 가무를 즐기는 일반인이 아닌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각 파출소 경찰관들은 대부분 현장에 투입됐다.

그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관할구역인 쌍용네거리와 서부시장 등 죽도동 일대를 순찰하며 불법 주정차와 음주운전 의심신고 차량 단속 등을 병행했다.

취재 시작 전 “주말 피크시간은 숨돌릴 틈 없다”던 경찰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새벽이 되자 주취관련 신고가 쏟아지다시피 했다.

오전 2시 36분께 한 주점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현장에는 이미 피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깨진 접시와 맥주병이 무질서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만취한 50대 남성이 “집에 가라”는 업주에게 화가나 행패를 부린 것이었다.

처벌을 원치 않는 업주 덕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 남성은 귀가하는 중에서도 출동한 경찰에게 분풀이를 해댔다.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한 경찰관은 “이 정도 일은 애교 수준”이라며 웃어넘겼다. 오히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와보면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만취한 50대 남성이 죽도파출소를 찾아와 경찰관에게 폭언하며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도 경찰관들은 과격한 행동을 취하는 남성을 달래거나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한 경찰관은 “경찰관이 술 취한 사람을 제압하다 그 과정에서 부상이 생기면, 경찰의 대응을 문제로 삼는 게 현실이다 보니 참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막중한 공권력이 한편으론 안쓰럽게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쉴 틈 없이 바쁘고 정신없던 파출소의 ‘불금’은 오전 9시3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밤새도록 이리저리 쏘다니며 구슬땀을 흘린 경찰관들은 주간 근무자에게 사건을 인수인계하며 퇴근 준비를 했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24시간의 긴장감 속에서도 경찰은 오늘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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