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삶의 가치
참된 삶의 가치
  • 등록일 2019.04.15 19:59
  • 게재일 2019.0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삶의 형식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현대인의 생각에는 대개 부모 잘 만나 큰 고생 없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면 복된 삶이라고 여긴다. 이렇듯 복은 우리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작은 복에 만족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복을 부러워하며 복 없는 팔자를 원망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요즘 우리가 말하는 복이 있고 없고는 대체로 자기 당대에서 사회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얼마나 누리고 사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 결과로서만 부각돼 있다.

지난 전통사회에서도 사람의 삶에 작용하는 복은 매우 중시됐다. ‘서경(書經)’에 오복이 나오는데, 첫 번째의 복으로 장수를 들었다. 오래 살아야만 여러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두 번째로 부(富)를 들었는데, 이것은 사회적 성공을 의미하며 연봉이 높고 명망 있는 직업을 말한다. 세 번째는 강녕(康寧)으로 큰 병과 재난을 겪지 않는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덕을 좋아하는 삶으로 도를 즐기는 삶을 들었는데 이 경우는 자신을 늘 반성하며 의미 있고 건전하게 살고자 하는 종교적인 삶을 의미한다. 끝으로 제 명에 죽는 것으로 곧 자신의 할 바를 다하고 죽는 것이니 다시 말하면 ‘잘 죽는 것’이다.

조선후기 문신인 성대중(1732~1809)은 그의 저서 ‘청성잡기(靑城雜記), 성언(醒言)’에서 복은 다섯 등급이 있으니 각자가 택하기 나름이라며 ‘덕을 많이 닦고 재물이 아예 없는 것이 첫째로 가장 좋은 복이고, 재물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조금 있는 경우가 둘째이며, 덕도 많이 닦고 재물도 많은 경우가 셋째, 덕은 그럭저럭한데 재물은 넉넉한 경우가 넷째, 덕은 형편없는데 재물만 많은 경우가 가장 안 좋은 복이다’라고 정리했다. 세 번째에 이미 화의 조짐이 보이니 건괘(乾卦)가 처음 음이 생기는 구괘(<59E4>卦)로 가는 것과 같고, 네 번째는 음이 많아진 비괘(否卦)와 같으며, 다섯 번째는 평상이 다리부터 깎이기 시작해 살갗까지 미친 아주 위태로운 박괘(剝卦)와 같아 목숨이 위태로움을 가리킨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완벽한 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늘 네 번째와 다섯 번째에 있다.

성대중은 최고의 복을 받은 사람으로 중국 주나라의 고공단보(古公亶甫)를 예로 들었다. 고공단보는 주나라의 왕업을 일으킨 문왕의 할아버지이다. 강대국인 적인(狄人)이 나라를 탐내 압박하자 땅을 내주고 떠났다. 대대로 이룬 지위와 재물을 지켜내자고 백성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니 이 결정이야말로 고공단보가 덕을 많이 닦았다는 증좌일 것이다. 백성들 역시 이 어진 마음에 감복해 그동안 이뤄놓은 물질적 안락을 버리고 험난한 피난길을 함께 따랐다. 이것이 밑거름되어 마침내 기산 아래에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그곳에서 문왕을 거쳐 무왕(武王)에 이르러 천하를 소유하는 주나라의 왕업을 이뤘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복이 있다는 것은 주로 물질적이고 현세에 국한되며 남보다 좀 더 많이 누리는 상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대중은 이와는 상반된 관점에서 물질이 아닌 덕을 닦는 것과 현재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춰 오히려 당대에 굶주리고 어려운 것을 최고의 복으로 여기고, 물질적 풍요가 가장 성할 때를 반대로 최하의 복이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물질의 풍요로움이 당장의 복일 수는 있으나 내면으로 경계하지 않는 한 나태와 사치와 자만과 갑질로 이어지고 끝내 화를 부르기에 이것이 복의 겉모습에 숨겨진 재앙이 아니겠는가. 가족들의 갑질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항공 사내 이사직마저 잃어 주총에서 밀려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별세했다. 이 부고소식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언론과 정치권에서 설왕설래하지만, ‘오너리스크’ 해소로 한진그룹 주가가 동반강세를 보였다니 덧없고 씁쓸한 소식으로 들린다. 소유가 아닌 향유하는 삶으로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는 삶이 참된 것임을 시사하는 바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