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촉발지진 대응방안에 대한 제언 (下)

중국과 일본 등의 아시아 지진피해지역은 복구과정에서 피해현장을 보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포항도 촉발지진의 참상과 이를 극복한 시민들의 노력과 흔적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보전할 수 있는 메모리얼 파크 등을 건립해 국민재난교육의 장 및 메모리얼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붕괴된 항만시설을 보존한 메모리얼 파크를 포함해 초현대적으로 변모된 고베항의 현재 모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주에 각각 포항지진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 격려했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일어난 인적재난(人災)이라는 발표 이후 포항을 찾은 최고위 정치권 인사들이다. 저마다 특별법을 제정, 포항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때맞춰 정부도 이달말 제출될 추경 편성안에 포항지진과 관련한 지원예산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져 포항이 다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항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이후 여전히 지진도시란 오명을 쓰고 인구감소와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역외유출과 관광객 감소 등의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참담함이 이어지고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책임규명·재발방지·배상절차 동시에
지역의 미래 담은 특별법 제정에 총력
이재민들 주거안정 도모도 우선돼야
정부에 지역경제부흥 종합대책 촉구
재난교육의 장·메모리얼 공간 조성도
“포항촉발지진, 전화위복의 계기 삼아
환동해 중심·안전도시로 재도약 염원”

 

이재춘 시민기자
이재춘 시민기자

- 원인과 책임규명, 그리고 ‘포항촉발지진’으로 이름 붙여야

정부합동조사단이 지난 1년여에 걸쳐 포항지진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지열발전소 건설과정에서 과도한 물 주입으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기에 인재에 대한 책임규명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누구를 처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향후 비슷한 국책사업의 과정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미 일부 관련단체에서는 원인규명을 위한 감사원 감사청구, 검찰에 민형사상 고소 등의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으며, 산업통산자원부장관도 정부차원에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에 원인규명과 책임소재에 대하여 명확히 밝혀 정쟁과 지역갈등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복구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서 경상북도 및 포항시 등 지방정부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경북에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사업관리에 있어 일정 부분 소홀함이 있었다는 지적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지열발전소 건립은 국책사업이다. 소위 대체에너지 개발차원에서 다루어진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국가시책사업에 일반국민들이나 지방정부로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실제, 포항시 등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직도 포항시와 지역사회에선 지열발전소 건립 당시의 정부 관계기관 문서에는 접근조차 어렵다. 따라서 책임규명은 어차피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하되, 지역의 관계자를 반드시 포함시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진피해 복구과정은 원인조사와 책임규명 그리고 손해배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대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이루어진 원인조사에 더해 재발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책임규명과 별도로 시민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절차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권 보호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므로 현 정부 책임 하에 배상이 추진되어야 하며 미루어서는 안 된다. 또 개인적으로는 ‘포항지진’ 보다는 ‘포항촉발지진’으로 용어를 통일했으면 한다.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적재난임을 명확히 해야 정부도 분명한 책임감을 갖고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 특별법 제정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공감을 하고 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여 전국적인 관심을 얻었다. 이제 본격적인 특별법 제정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추진부처를 정하여 법률안 마련 등 추진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총리실이 주관부처가 되어 관련부처를 총괄하고 이견조정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함께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이때 현장과 피해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재개정으로 인한 시간적 낭비를 막아야 한다. 특별법에는 지진발생에 대한 국가책임 명시, 피해자에 대한 배상, 범정부적인 대책기구, 포항경제 활성화 대책, 재발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체계 구축 등을 담아야 한다. 지역에서는 포항시 주도의 공청회를 통하여 시민들의 여론이 법률안에 반영되도록 하고, 추진조직에 대하여도 주도권 다툼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폭넓게 구성하여 추진동력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들께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좋으나 대책 없는 비방으로 지역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란 것을 명심하고 그동안 불안에 떨어온 시민들의 고통을 제일 먼저 고려하고, 지역의 미래를 담은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대만 타이중 소재 광복중학교의 붕괴된 교사를 보존해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921지진교육원구.
대만 타이중 소재 광복중학교의 붕괴된 교사를 보존해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921지진교육원구.

-지열발전소 보전하여 재발방지 연구 및 교훈의 장으로

지열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주입하여 아직도 지중에 남아있는 6천여t의 물 의 처리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지열발전소를 영구히 폐쇄하고 시추공에 주입된 물을 전부 빼내야 한다는 주장과 물을 빼내면 수압변동에 의한 수리자극 때문에 지진이 유발될 수 있으니 심부관정을 모두 메워야 안전하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시민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현 상태에서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금의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는 조속히 미소지진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지진계를 지열발전소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설치하여 면밀히 체크하고, 지중에 남아있는 물에 대한 처리와 지진재발 방지 및 안전조치를 최우선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한편 산업통산자원부에서 지열발전소를 원상 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증거 인멸 시도라는 논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현장을 보존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시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현장을 보전했으면 한다. 안전조치를 확보한 후 일반에게 공개하여 교훈으로 삼도록 하고 다크투어리즘의 사례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재민에 대한 주거안정 대책

아직도 거처를 정하지 못한 이재민들에 대한 임시주거시설을 확보하고 기간연장과 함께 임대료 지원과 장기저리의 융자지원을 통한 주거안정 도모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를 입은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공급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독거 어르신이 상실감에 빠져 고독사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지역공동체와 사회안전망이 촘촘히 형성되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특별도시재생사업 추진체계 정비 및 지원

현재 흥해 일부지역이 특별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되어 사업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 외에, 피해주민들이 진행해야 할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은 사업절차의 복잡성과 관련법규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포항시와 경상북도에서는 자연재해대책법에도 근거가 있는 지구단위종합복구계획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피해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단지별로 담당직원을 지정하여 토론과 자문에 응하도록 하고, 재생계획에는 주민광장, 도서관, 체육시설, 다목적 문화시설 등 커뮤니티 공간과 ‘어르신의 집’같은 주민복지 공간 등이 충분히 확보되도록 계획하여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 쓰촨성 면양시 도로운수관리소 청사의 붕괴현장 보존모습.
중국 쓰촨성 면양시 도로운수관리소 청사의 붕괴현장 보존모습.

-지역경제부흥 종합 계획 추진

포항시와 경상북도는 ‘고베의료산업도시구상’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역경제부흥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재기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우선 미래 신성장 동력 청사진을 잘 그려야 한다. 지역산업구조 재편에서부터 첨단산업 육성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영일만항과 배후산업단지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현재 분양이 저조한 블루밸리공단도 차제에 활용방안을 폭넓게 들여다봤으면 한다. 영일만항 여객터미널도 내년에 완공되면 판을 키워야 할 것이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영일만항과 일본의 기타쿠슈와 후쿠오카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통일페리를 구상하고 있는데, 영일만항이 실질적인 환동해 중심항구로서의 위상이 서도록 이번 기회에 확보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흥해권에 위치한 경제자유구역을 조속히 조성하고,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산업 등 첨단산업구조를 갖추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가 부흥하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경상북도에서도 대책추진단을 발족하겠다고 하니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지원이 되도록 협력하면 좋겠다.

-도시 접근성 개선

아직도 경북 동해안지역은 전국적으로 볼 때 교통오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와 기업유치에 가장 큰 장애물이자 관광의 저해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권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포항에서 영덕까지의 동해고속도로구간에서 누락된 영일만대교 구간도 재건 계획에 포함시켜서 실질적인 고속도로의 기능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 포항의 인프라가 영덕에서 울진을 거쳐 삼척까지 이어지도록 하여 북방경제시대에 대비토록 해야 할 것이다. 철도 또한 동해안 구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관광철도라고는 하나 디젤열차로 운행하는 단선일반철도는 우리의 경제규모를 볼 때 시대에 뒤떨어짐은 자명하므로 고속화 복선화하여 철도를 통하여 대륙으로 진출하는 실크로드의 꿈이 실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재난교육의 장 및 메모리얼 공간 확보

앞서 살펴봤듯이 중국과 일본 등지의 지진피해지역은 복구과정에서 피해현장을 보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포항도 이 사례들을 벤처마킹했으면 한다. 촉발지진의 참상과 이를 극복한 시민들의 노력과 흔적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보존하고 재난연구·교육 및 국제적인 정보교류를 위한 연구센터를 조성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진 및 재난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피해주민을 위해 심리케어센터도 마련, 상담과 치료를 하는 등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메모리얼 공간인 ‘지진극복기념광장’ 또는 ‘기념공원’을 조성하여 다시는 포항과 같은 인공지진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국민적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지진극복 시민화합 및 안전도시 선언 국제행사유치

지진을 극복한 시민들의 노력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시민지진극복축제’도 도입을 권하고 싶다. ‘흥해향교 이팝축제’와 같은 지역축제와 연계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포항시와 정부의 지역부흥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선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좋겠다. 중국 탕산의 경우 지진의 참상을 극복한 사례를 2016년 세계정원박람회를 통하여 국제사회에 알리고 환경도시를 선언했는데 좋은 사례라고 본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잇는 ‘세계레가타(범선)대회’도 유치하여 개최함으로써 환동해 중심도시의 위상과 안전도시 포항을 국제적으로 각인시켰으면 한다.

지금 포항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정부와 관계기관은 소통을 통한 치밀한 대응과 미래지향적인 구상 그리고 소신 있고 과감한 추진으로 지역경제가 반드시 부흥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겠다. 한 마음으로 단합하여,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시민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포항재건에 나선다면 정부는 물론 전 국민들도 포항에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위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다시금 대한민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포항의 자존심을 되찾고, 세계 속에 우뚝 선 포항이 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염원한다. 포항시민 여러분 파이팅! 포항이여 용기를 내라!<끝>

/이재춘 시민기자

    이재춘 시민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